바둑 ‘천재 소녀’ 김은지(16)가 ‘바둑여제’ 최정(27)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여자 기성에 올랐다. 이번 승리로 특별 승단 규정을 적용받은 김은지는 역대 최단 기간이자 최연소 9단에 등극한 프로기사가 돼 스타 탄생을 알렸다.
김은지는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7회 해성 여자 기성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3시간10분이 넘는 승부 끝에 최정 9단에 25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첫 번째 대국을 내줬던 김은지는 2국에서 2시간40분 225수 만에 백 2집 반승으로 최정을 물리치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고 마지막 대국에서 웃으면서 상금 5000만원을 가져갔다.
최정은 명실상부한 여자 바둑의 최강자다. 121개월 연속 여자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최정은 결승 승률 76.3%(38전 29승)에 달할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국내 여자개인전 가운데 가장 많은 우승상금이 걸린 대회에서 김은지에게 석패하고 말았다.
2020년 1월 입단한 김은지는 천재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지난 7월 한 달간 14승2패 승률 87.5%를 기록하며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런 김은지의 천적은 바로 최정이었다. 김은지는 이번 대국 전까지 최정에게 2승13패로 밀릴 정도로 한없이 약하기만 했다. 김은지는 여자 기성전 결승과 8월 열린 IBK기업은행배, 또 9월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에서도 최정을 넘지 못했다. 커다란 ‘산’과 같았던 최정을 꺾고 패권을 차지했다는 점이 김은지에게는 생애 가장 큰 상금과 타이틀 획득보다 기쁜 일이었다.
김은지는 이번 우승으로 특별 승단 규정을 적용받아 8단에서 9단으로 승단했다. 이로써 김은지는 한우진이 갖고 있던 종전 최단 승단 기록(4년 5개월)을 3년 11개월로 앞당겨 놨다. 박정환(17세 11개월)이 세운 최연소 9단 기록도 16세 6개월로 갈아치웠다.
김은지는 “이번엔 기운이 좀 좋았던 것 같다”며 “최정 사범님을 이기고 우승했다는 게 정말 기쁜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