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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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건축 연한만 지나면 추진 가능… 안전진단 기준 완화 나선 尹정부

“위험성서 노후성으로 바꿀 것”
조합 먼저 설립 후 진단 검토
대통령실 “단계적으로 법개정”

윤석열정부가 ‘위험도’를 기준으로 한 재건축 안전진단 없이도 주택 설립 후 30∼40년 등 특정 기간이 경과하면 모두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안전진단 통과가 재건축 여부를 결정짓는 관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조합추진위원회나 조합을 먼저 설립한 뒤 추후 안전진단에 나서도록 재건축 체계 자체를 바꿀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관련 시행령뿐 아니라 법 개정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63아트 센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서울 중랑구 중화2동 모아타운(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현장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 1990년대 도입된 주택 재건축·재개발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을 기존의 ‘위험성’에서 ‘노후성’으로 바꾸는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현재는 재건축과 재개발을 추진하려면 먼저 기존 주택에 대한 안전진단부터 받고 그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사업을 시작할 수가 있는데, 이렇게 되다 보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이 위험해지기를 바라는 그런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재개발, 재건축의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주택의 절반 이상이 20년 이상 노후화했고 특히 저층 주거지의 경우는 35년 이상 된 주택이 절반에 가까워서 주민들의 불편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절차를 아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랑구의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에서 열린 지역주민들과의 도심 주택공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는 30년 또는 40년 등 주택 연한만 채우면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지방자치단체가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지역 주민들이 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주민들이 안전진단 비용을 모아 검사를 받은 뒤 ‘위험 상황’을 의미하는 D등급을 받아야만 이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사실상 재건축 승인 관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잣대가 바뀌며 재건축을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윤정부는 주택 연한을 채우면 정비구역 지정, 재건축조합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 등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안전진단은 설계 시공 전에만 받으면 되도록 절차를 완화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현재 안전진단 통과부터 신축 주택까지 평균 13년이 걸리는 재건축 사업 기간이 3년 이상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후 구체적 기준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주택과 주거는 민생에 가장 중요한 분야”라며 “이것에 대해서 과거에 불합리하고 과도한 규제를 해 왔기 때문에 국민이 고통을 많이 겪으셨다. 우리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정치와 이념이 아니라 경제 원리에 맞게 작동되도록 시장을 왜곡하는 규제들을 계속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