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환승센터 버스 사고’를 낸 버스 기사가 본인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가운데, 이 사고로 숨진 70대 여성이 결혼 50주년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전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버스 기사인 50대 여성 A씨를 형사 입건했다.
A씨는 전날 오후 1시26분쯤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2층 환승센터에서 전기차량인 30-1번 시내버스를 몰다가 차로 시민들을 덮쳐 다수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보행자인 B(77)씨가 숨지고, 2명이 중상을, 15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에는 버스 기사와 승객도 포함됐다.
A씨는 사고 직전 환승센터 12번 승강장에 잠시 정차해 승객들을 승·하차시킨 뒤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시민들을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A씨는 경찰에서 “한 승객이 ‘거스름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잠시 자리(운전석)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는데,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을 밟은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은 허망함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화성시 봉담읍 자신의 집에서 수원에 있는 병원을 가기 위해 환승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JTBC에 따르면 고인의 남편은 “아내가 집을 나서면서 ‘추우니 솜 든 바지를 입어야겠다’고 했는데 마지막 대화가 됐다”며 사고 당시 아내가 입고 있던 흙 묻은 바지와 신발을 꼭 쥐고 있었다. 아들은 넋이 나간 채 울었고, 유족은 “사고가 날 곳이 아닌데 왜 사고가 난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의 남편은 빈소가 차려진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에 “다음 주가 결혼한 지 딱 50주년 되는 날인데 아내가 고생만 하다가 가버렸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은 운전자 과실로 일어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영상을 수거해 면밀히 살펴보고, 디지털운행기록계(DTG) 분석을 토대로 차량 결함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