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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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수능 수학 범위 축소…수험생 부담 줄까

현재 중2가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의 큰 틀이 나왔다. 특히 쟁점 중 하나였던 심화수학을 도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수능 수학 범위는 현재보다 크게 줄었다. 교육 당국은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도였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범위가 줄어든 만큼 시험의 난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진학에 필수” VS “부담 늘 것”…심화수학 논란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지난 22일 교육부에 전달할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종합의견 권고안을 의결했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2028 대입개편안 시안을 마련해 국교위에 보고했고, 국교위는 두 달간 7차례의 전체회의를 열고 시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수능 수학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구조이지만, 교육부는 시안에 선택과목을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공통과목에는 대수와 미적분Ⅰ, 확률과통계만 들어간다. 대신 교육부는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심화수학 영역 신설 방안을 국교위에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한수학회는 “미적분Ⅱ, 기하는 이과계열 대학교육을 위해 필수적이다. 심화수학 신설 여부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미적분Ⅱ와 기하가 수능 과목에서 제외된다면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과학·기술 혁신 정책’에 역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에 직결되는 재앙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선 교사들의 모임인 전국수학교사모임은 “심화수학이 도입되면 학생들을 더욱 가혹한 입시지옥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이 전국 중·고교 수학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심화수학이 개설될 경우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지금보다 늘 것이라고 응답한 교사의 비율은 70.9%였다.

 

◆국교위 “심화수학 신설 없는 일로”

 

심화수학 도입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국교위는 결국 심화수학은 신설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국교위는 “심화수학이 디지털 시대 미래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목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공정하고 단순한 수능을 지향하는 통합형수능의 취지와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고 밝혔다.

 

심화수학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에서 관련 교과목을 배울 수 있고, 대학은 그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대입개편안 최종안은 교육부가 내놓게 되지만, 국교위의 권고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커 최종안에서도 심화수학이 들어갈 가능성은 작다.

 

교육계에선 심화수학 미도입은 예견됐던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교위 내부에서는 이번 대입개편안을 두고 의견이 충돌하는 일이 많았으나 심화수학에 대해서만큼은 빼자는 것이 중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역시 국교위에 의견을 묻기는 했으나 내부적으로도 수학 범위를 줄여 수험생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해 심화수학에 대해선 부정적인 분위기가 역력했다. 

 

심화수학 응시는 선택이지만, 신설될 경우 의대 등 자연계열 상위권 학과에서는 심화수학에 가점을 주거나 심화수학 응시를 필수 조건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커 자연계열 학과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학생에게는 사실상 필수과목과 다름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교위가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의견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학원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 준비반’이 인기를 끄는 등 선행학습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상황이어서 사교육을 감소시키려면 수학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2부터는 수학 과목 부담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인문계열 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수학 선택과목으로 확률과통계를, 자연계열 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계열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문과 수준의’ 범위만 공부하면 된다. 선택과목 미적분에 포함됐던 수열의 극한, 미분법, 적분법, 기하에 포함됐던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 공간좌표 등은 모두 시험 범위에서 제외된다.

 

◆“시험 난도 올라가고 대학별 고사 강화”

 

다만 입시업계에서는 시험 범위가 좁아진 만큼 변별력 확보를 위해 문항 난도는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심화수학이 빠지면서 수능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어정쩡하게 출제하면 수능 수학에서 만점자가 속출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능 영향력이 줄고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임 대표는 “수능이 느슨하게 나온다면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시에서도 (수능 점수 100%를 반영하지 않고) 고교에서 심층 수학을 이수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려는 대학이나 학과들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시험 범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능 문제는 더욱 융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