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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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선배 눈만 보면 자동 연기… 배역 몰입해 감정 쏟아내면 개운”

‘거미집’ 조감독·‘스위트홈2’ 장애인… 팔색조 배우 김동영

“어린 나이에 너무 대단한 배우들과 (영화) 작업을 많이 해서, 그 시절이 좋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금도 좋은 선배들과 촬영할 때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촬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거기에 빠질 때가 있어요. 그냥 ‘이 공간에 있다’라는 감정이죠. 영화 ‘거미집’이 그랬습니다.”

배우 김동영(사진)은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같은 해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 오면’에 출연했으며, 이듬해에는 문소리 주연의 ‘사랑해, 말순씨’에도 얼굴을 비쳤다. 지난 3월에는 송강호 주연,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에 조감독 역으로 출연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앞서 2016년 ‘밀정’에서 허철주 역으로 연기했던 것이 인연이 돼서 다시 출연하게 됐다.

최근 세계일보에서 만난 김동영은 “(선배 배우와 감독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매력 때문에 연기를 계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송강호와 연기했던 것을 떠올리며 “송강호 선배 눈만 보면 자동으로 연기가 된다”며 “선배께서 너무 편하게 현장에 잘 녹아들게 해줬다. 배우들 모두 활기가 느껴졌다.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동영은 최근 영화, 드라마 등을 종횡무진 중이다.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소년들’에서 피해자 권창호의 어른 역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독전2’에서는 언어 장애인이면서 마약 제조 기술자인 만코를, ‘스위트홈2’에선 지적 장애인 오준일(4∼6화)을 맡았다. ENA ‘낮에 뜨는 달’에선 매니저 장윤제로 시청자를 만났다.

김동영이 연기한 배역은 모두 개성이 가득하다. 권창호는 강압 수사에 삶이 망가진 사람이다. 만코는 범죄자, 오준일은 지적 장애인, 장윤제는 주인공 때문에 고생하는 매니저다.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는데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감정을 쓰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김동영은 답했다.

넷플릭스 ‘독전2’에서는 언어 장애인이면서 마약 제조 기술자인 만코를 연기 중인 김동영. 넷플릭스 제공

“일반인들은 감정을 풀 곳이 없어요. 저희는 감정을 쏟아내는 게 일이라서 오히려 너무 좋습니다. 연기하고 나면 개운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다만 나중에 감정을 이렇게 많이 썼어야 했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거기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너무 감정을 쓴 게 아닌가 하는 거죠.”

올해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던 김동영은 아직 다음 작품을 무엇으로 할지 못 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가 그린 가족 이야기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감정을 풀어냄에서 너무 과하지 않은, 그렇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먹먹하게 하는 그런 가족 이야기요.”


이복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