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영변 핵단지 내 실험용 경수로(ELWR)를 십수년 만에 완공해 시운전에 들어간 정황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공개되며 한·미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영변 경수로가 완전 가동되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능력이 종전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실험용 경수로에서 시운전 정황으로 보이는 강한 냉각수 유출이 관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핵시설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실험용 경수로 시운전 정황에 대한 IAEA 사무총장의 언급에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영변 경수로 시운전 정황에 대해 연합뉴스에 “안전을 포함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북한이 향후 실험용 경수로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하면 현재 영변에서 운영하는 원자로인 5㎿ 흑연 감속로에 더해 플루토늄을 생산할 추가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연소시켜 폐연료봉을 만든 뒤 재처리 과정을 거쳐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최근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이 영변 경수로를 가동할 경우 “이론상 연간 약 15~20㎏의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존 5㎿ 원자로보다 3~4배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라고 언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영변 핵시설이 아무리 30∼40년 되었다지만 (현재도)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1년을 돌 때 40㎏의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며, 1년에 4㎏ 정도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1년에 무기급 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이 1개 생산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변 경수로가 완전 가동되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능력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