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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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 “52시간 초과 기준은 1주” 판결, 업계 현실 속 환영할 만

주52시간 근무제 준수 여부를 1주의 총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하루 단위로 8시간을 넘긴 근로시간을 합산할 게 아니라 1주간 총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겼는지만 따져야 한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이 같은 취지로 판결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어제 밝혔다. 그동안 경직된 주52시간제 운영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큰 업체들에 다소 숨통을 틔워주는 판결로, 환영할 만하다.

이번 판결은 하루 단위로 합산한 총근로시간과 주 단위 총근로시간, 어느 것 하나라도 주52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을 넘기면 법 위반으로 보던 걸 뒤집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하급심은 근로자가 1주에 나흘 연속 12시간, 11시간30분, 14시간30분, 11시간30분 일했으므로 매일 8시간을 초과한 시간(4시간+3시간30분+6시간30분+3시간30분)이 17시간30분이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나흘간 총 근로시간이 49시간30분이고 초과근무시간은 9시간30분이므로 주52시간제를 어긴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2018년 7월부터 시행된 주52시간제는 지나치게 경직된 운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제품 개발 막바지에 일감이 몰리는 벤처기업이나 연구소, 계절적 특성이 강한 업종은 집중적인 근로가 필요한데도 늘 주52시간제에 발목이 잡혔다. 세계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노사협의로 근로시간을 1개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1주 단위로 관리하면서 초과시간을 하루 단위로 따져 처벌까지 했다.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행위를 해온 셈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주52시간제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인력 운용에 여유가 생기고 노동자들도 근로시간 선택의 자유가 늘어난다. 다만 정부가 지난 3월 ‘주 52시간’을 ‘주 평균 52시간’으로 변경하려다가 ‘주 69시간제’로 오해받은 것 같은 졸속 정책 추진이어선 곤란하다. 충분히 노사 의견을 듣고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 노동시간 유연화가 자칫 근로자의 과로사를 부를 수 있다는 일부 우려를 새겨들어 노동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