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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완전무결한가”… 급발진 전문가 된 경영학자 반주일 교수 [줌인(人)]

“급발진 사고 발생 원인 자동차 결함일 가능성 0 아냐”
‘소비자 vs 대기업’ 정보 비대칭·규모·전문성 차이 커
“실제로 급발진 사고 당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법리적·사후 보상 문제보다 공학적·선제적 조치 필요
“철저한 다중화만이 급발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학계·산업계 ‘진짜 전문가’들 나서야…“용기 필요해”

자동차는 완전무결한 제조물일까. 이같은 의구심에 불을 지폈던 지난해 12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이후 1년이 흘렀다. 60대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이 급발진해 손자 이도현(당시 12세) 군이 숨진 안타까운 사연이 여론을 움직였고, 전국에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빗발쳤다. 특히 “급발진 의심사고 입증을 왜 제조사가 아닌 운전자가 직접 해야 하느냐”는 아이 아버지 외침은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사고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명이 동의하면서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제정 논의가 시작됐으나, 법안 통과까지는 묘연한 상태다.

 

25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반주일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원인이 자동차 결함일 가능성이 ‘0’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원인 규명과 책임을 소비자에 떠넘기는 상황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반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자동차 급발진 이슈를 조사·추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급발진 의심 사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며 “선제적·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반 교수와 일문일답.

 

반주일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가 25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나 “급발진 사고가 자동차 결함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은 ‘0’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전공과 관련없는 자동차 급발진 문제에 매진하게 된 이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자동차 급발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주변에서도 관련해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처음에 논문이나 관련 사례 등을 찾아보기 시작하였고,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접촉가능한 전문가란 전문가는 다 찾아다닌 것 같다. 현직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연구원, 자동차 ECU를 개발했던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 코딩경력이 20년이 넘는 베테랑 프로그래머, 비행기 기장, 보건통계전공 교수, 자동차 전자제어전공 교수, 전기전자전공 교수, 교통사고분석 전문가, 자동차 명장, 제조물책임법 전문 변호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게 3년 정도 이 문제를 추적하다 보니 누구보다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게 됐고, 잘 알게 됐다. EDR의 신뢰성에 관한 여러가지 객관적인 자료들을 국회에서 공개한 것도 처음이고, EDR(자동차 사고기록 장치)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공론화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도 아마 처음일 거다.”

 

반 교수는 지난 5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재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조물책임법의 입증책임 전환을 통한 소비자권리 구제의 실효성 제고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신뢰성이 떨어지는 EDR 조사 결과만을 맹신하면서, EDR이 오히려 ‘급발진 의심사고’가 났을 때 차량 제조사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사고가 나기 전 5초의 기록인 EDR 데이터의 양적 신뢰성을 분석해보니 가속페달은 91~95%를 기록했지만, 브레이크 페달은 그 신뢰성이 65%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이 문제를 파고들다 보니 ‘자동차 급발진 문제에 대해 완전히 정통한 전문가가 나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동차에 기계, 전기·전자, 컴퓨터 기술이 총망라되니 당연히 공학적 접근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전자제어, 반도체, 소프트웨어, 통신 같은 많은 문제들이 얽혀있다. 제조물의 결함 및 입증책임과 관련된 부분은 법학적인 접근이 필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윤리 등 경영학적인 접근도 중요하다. 관련 경찰조사, 국과수조사 등은 행정적인 접근이, 급발진은 인간이 기계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는 것이므로 논의를 확장시키면 인문학적인 접근까지 나아간다. 그렇기에 단순히 특정 학문 분야로만 접근해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다양한 시각과 학제적 접근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반 교수는 경영대 교수이지만, 학부때는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지구환경시스템공학을 공부한 통섭형 학자다. 그래서 엔지니어들과 공대 교수들이 해주는 설명을 이해하는데 좀 더 수월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대학원에서는 금융 쪽을 연구했지만, 소비자 보호 쪽을 다뤘기에 급발진 이슈에 관심과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급발진 의심 사고 피해자가 승소한 사례가 없다는데.

 

“민사사건에서 대법원까지 최종승소한 경우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민사소송의 경우 2018년에 호남고속도로에서 발생한 BMW 급발진 의심사고는 2심에서, 2008년 발생한 벤츠 급발진 의심사고는 1심에서 재판부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적 있다.”

 

2010년 이후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 787건 중 제조사 책임이 최종적으로 인정된 사례는 1건도 없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제조사가 아닌 피해자가 제조물의 결함과 피해를 입증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증 책임을 제조사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긴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은 지난 3월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4월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5월엔 허영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중이다.

 

“입증 책임 전환의 법리는 지금도 존재한다. 어떤 고난도의 기술이 들어가는 제조물에 대해서 그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소비자가 제조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다가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 손해가 제조사의 실질적 지배 영역에서 초래되었다는 것, 손해가 제조물 결함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이제부터는 소비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제조사가 결함이 없음을 증명하라는 것으로 바꿔주겠다는 입증 책임 전환 논리는 이미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입증 책임의 전환이 정말 어렵다. ‘정상적으로 사용했다’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제조사에서는 정상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라는 증거를 대라라고 주장하는데, 페달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는 이상 브레이크를 밟았다라는 거를 증명할 수 있는 소비자는 한 명도 없다. 그래서 페달 블랙박스 등 ‘민간 자구책’까지 나오는 거다.”

 

-실제 급발진 사고 재판 과정도 살펴봤나.

 

“실제 사고를 당하면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억울하니까 일단 소송을 거는데 재판으로 가면 일단 정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제조사 측이 뭔가 기술적인 내용의 주장을 하게 되면 반박을 할 수가 없다. 제조사는 자기들 정보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반도체도, 소프트웨어도, 전자제어시스템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변호사들도 법률적인 전문가이지 기술적인 부분은 알기가 어렵고, 급발진 소송을 담당하는 판사도 마찬가지다. 압도적인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소송비용, 수년동안 이어지는 지난한 소송과정, 변호인단 규모 차이까지 더해지니 피해자는 버티기 어렵다.”

반주일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가 25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나 “급발진 사고가 자동차 결함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은 ‘0’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뤄지는 급발진 수사 과정도 지적한 바 있다.

 

“국과수가 지금까지 급발진 문제의 핵심인 ECU(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를 분석한 적이 한번도 없다. 자동차 회사가 그걸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과수는 EDR 5초 정보만 리포트 해주는 것 뿐이다. 그런데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는 EDR을 열어보면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거로 나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가능성은 ECU가 오작동을 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았음에도 ‘밟아라’라는 명령을 잘못 내렸거나 운전자가 페달실수를 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과수가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았음에도 차량결함에 의해 급발진하여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으로 EDR에 기록된 것인지, 아니면 운전자 실수에 의해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를 잘못 밟아서 EDR에 기록된 것인지 쟁점사항은 전혀 판별하지 못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걸로 EDR에 기록되어 있습니다’라고만 리포트를 해주는 상황이다. 참 바보같은 일이다. 국과수 수사는 ECU 소프트웨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결함 여부를 찾아내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전기전자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한 ISO26262라는 국제표준이 있는데 차량이 ISO26262에 부합하게 전자장치오류에 대비하는 안전설계가 되었는지 살펴봐야한다. 또 자동차 부품 안전등급인 ASIL(Automotive Safety Integrity Level)을 살펴서 몇등급 부품을 사용했는지, ASIL 등급을 인증받는 과정에서의 객관적인 인증평가자료 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해외에서의 인식·접근방식은.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 하고 있다는게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다.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 자동차 시뮬레이션 전문 연구실에서 진행된 페달착오에 관한 실험연구, 클렘슨 대학교에서 자동차 전자제어를 전공하는 허빙(Hubing) 교수가 제시한 자동차 센서결함, 소프트웨어결함, 하드웨어 오작동 등 다양한 요인이 급발진 유발한다는 분석자료, 카네기멜론 대학 쿠푸만(Koopman) 교수의 ‘토요타 급발진과 소프트웨어 안전성’에 대한 사례연구, 미 항공우주국(NASA)이 다양한 급발진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최종적으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연구,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현행 EDR의 데이터 기록시간 5초는 운전자의 사고 전 개시행동을 파악하는데 충분치 않다고 분석한 연구 등 이런 식으로 뭔가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려는 시도가 있다라는 게 주목할 부분이다.”

 

-해외에서도 급발진 사고를 인정한 사례는 찾기 쉽지않은 것 같다.

 

“맞다. 명확하게 인정이 됐다라고 할 수 있는 게 미국 북아웃(Bookout) 소송 한 건이라고 볼 수 있다. 2013년에 있었던 해당 재판은 기념비적인 사건인데. 미국의 소프트웨어 컨설팅 업체 바그룹(Barr Group)의 소프트웨어 전문가 미스터바(Mr. Barr)가 토요타 캠리의 소프트웨어를 수천시간 동안 분석하여 급발진이 발생가능한 결함을 발견해 냈다. 이후 자동차 급발진 사고 가능성이 0이 아니라는 사실을 널리 주지시킨 것이다.”

 

-국회 등서 관련 법 개정, 실태조사 등에 나서고 있는데.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급발진 관련 정책세미나에 토론 패널로 참가하면서 이제 뭐라도 조금은 개선이 되겠구나 싶은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지금은 법 개정이 요원해 보인다.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논의된 회의록을 보면 주무부처인 공정위에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신중 검토’가 의향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수사적 표현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런 공정위의 소극적인 자세에 여러 국회의원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아무런 진전없이 회의가 끝났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소위원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국회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해야 하는데 첫 관문부터 좌절된 것이다. ‘공정위는 제조사편’이라는 타이틀의 뉴스가 흘러나올 정도이고 자동차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도 법률개정을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급발진 문제 해결책으로 ‘다중화’를 주장한 바 있다.

 

“공학적인 영역에 국한했을 때 철저한 다중화(redundancy)만이 급발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중화는 전자장치 결함, 고장, 오작동 등의 상황에 대비하여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여분의 장치를 마련하여 채택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부터 컴퓨터, 전기, 전자,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스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개념이다. 지난 여름 부산에 미국 핵잠수함 켄터키함이 왔을 때 기자가 ‘오작동 가능성은 없나’라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지휘장교가 주저없이 ‘없다’라며 ‘잠수함 설계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다중화 시스템’이라고 했다. 참고로 켄터키함은 1987년에 건조된 노후화 된 잠수함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보잉사, 에어버스사의 비행기들도 전자제어장치를 최소 2중화 많게는 5중화까지 하고 있다. 비행기에서 급발진이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급발진 의심 사고를 대하는 우리 사회에 제언한다면.

 

“자동차도 제조물인 이상 완전무결하지 않다. 신차 출시 몇 달 만에 소프트웨어 결함 등으로 무상수리, 리콜하는 사례만 봐도 알지 않나. 급발진 의심 사고도 마찬가지로 제조물 결함 가능성이 0은 아닌 것이다. 제일 아쉬운 점은 이렇듯 명백한 사실을 우리나라에서 진짜 전문가들이 나서서 객관적인 데이터, 급발진 메커니즘 등을 제시하지 않을뿐더러 아예 어떤 의견 자체를 피력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급발진 관련한 진짜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관련된 반도체 전문가, 임베디드(embedded) 소프트웨어 전문가, 전기·전자제어 전문가다. 자동차 회사들이 급발진 현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회사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학교수들이 나서서 급발진을 인정하는 것도,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이 내부고발을 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가만히 놔둬서는 급발진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용기있고 깨어있는 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급발진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여 지적해주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