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도봉구 아파트 화재 발화지점서 담배꽁초·라이터 발견

경찰, 라이터 등 화재 연관성 주시
숨진 ‘두 아이 아빠’ 사인 추락사
계단 쓰러진 30대, 연기 흡입 사망
홍제동 병원서도 불 나 45명 대피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담뱃불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화재로 사망한 30대 피해자 2명의 사인은 각각 추락사와 화재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로 보인다는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26일 소방 당국·한국전기안전공사와 화재 현장을 합동 감식하던 중 301호 작은 방에서 담배꽁초와 라이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결정적 증거물로 보고 화재와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한편 그 외 여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폭넓게 수사하고 있다.

26일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당국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이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화재경보기 작동 등에는 이상이 없었다. 다만 방화문이 모두 열려 있었다는 점, 2001년 준공 당시 소방법에 따라 16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 아파트 1층이 벽면 없이 기둥으로만 이뤄진 ‘필로티 구조’라서 외부 공기가 원활하게 유입됐다는 점 등을 불이 빠르게 번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번 화재로 2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쳤고, 8세대·2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파트 4층 거주민 박모(33)씨 사인이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으로 보인다는 1차 부검 소견을 냈다. 박씨는 3층에서 난 불이 위층으로 번지자 7개월짜리 딸을 안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머리를 크게 다친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결국 숨졌다. 박씨가 안고 있던 딸과 박씨가 뛰어내리기에 앞서 재활용 포대 위로 던진 2세 딸, 박씨를 뒤따라 뛰어내린 아내 정모(34)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10층 거주자인 또 다른 사망자 임모(38)씨는 화재 연기를 흡입해 사망한 것으로 1차 부검 결과 나타났다. 부모와 남동생을 대피시킨 뒤 집에서 빠져나온 그는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결국 사망했다. 임씨는 가장 먼저 화재 사실을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서울 도봉구 외에도 곳곳에서 안타까운 화재 사고가 반복됐다. 전날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남편과 50대 아내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집 안에 불에 탄 냄비가 있었던 점을 토대로 일산화탄소에 중독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또 이날 오전 6시58분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불이 났다. 지하 3층 지상 13층 규모의 병원에 있던 산모와 신생아 총 45명이 대피했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