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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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 선언한 한동훈, 국민만 보고 가라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해”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해야 공천”
지역구·비례대표 불출마도 선언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장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6/뉴스1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어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취임했다. 만 50세의 나이에 국무위원을 마치고 비대위원장에 오른 것은 한 위원장이 헌정사상 처음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더 나은 정치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전제하고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버리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에게만 공천을 주겠다”고 했다. 또 “국민들이 합리적인 비판을 하면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바꿀 것”이라고 약속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지역구와 비례대표 불출마도 선언했다. 정치 개혁과 586 운동권 정치 청산, 민생 정치 강화 등의 변화와 혁신을 앞세워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점을 부각함으로써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한국 정치 문제의 맥을 잘 짚은 메시지들이지만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총선 승리 여부는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려면 당장 비대위원을 제대로 꾸려야 한다. 한 위원장의 말대로 서민, 약자와의 동행과 민생정치를 상징할 수 있는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을 발탁하지 않으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날 수밖에 없다.

당·정 관계는 ‘한동훈호’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랜 검찰 선후배 관계에서 벗어나 틀린 것은 짚어주고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수직적 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김건희특검법’에 대해 국민 70%가 찬성한다는 점을 가감 없이 전달함과 동시에 해법도 제시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탈당 시한을 오늘까지로 정한 이준석 전 대표 문제도 한 위원장이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젊은 층에 여전히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적 자산이다. 그런 젊은이를 ‘뜻이 맞지 않는다’ 해서 밀어낸다면 총선 결과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화해를 이뤄낸다면 1석이 아쉬운 국민의힘에 큰 힘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위원장은 이제 ‘스타 장관’에서 냉혹한 성적표를 받아야 하는 자리에 섰다. 취임사를 뼈를 깎는 쇄신으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승리할지는 한 위원장 체제가 하기에 달렸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