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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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분·실익 없고 보수 분열만 가속화할 이준석 탈당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식당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7/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끝내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어제 정치적 고향인 서울 노원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대한민국이 비상 상태”라고 전제하고 “변화 없는 정치판에 계속 있을 수 없어 당을 떠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고, 2021년 6월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돼 20대 대선과 6·1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했다. 이런 사람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 바로 다음 날 탈당 선언을 하니 의아스럽다. 30대 후반의 이 전 대표가 낡고 고인 한국 정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던 만큼 실망과 아쉬움을 느끼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친윤석열) 핵심 인사들과 갈등을 빚었다. 자신에 대한 징계 문제를 놓고 수개월 동안 싸움을 벌여 왔다. 당과 소송전까지 벌이고 당원권이 6개월이나 정지되는 상황도 있었다. 최근에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역전된 것도 이 전 대표가 그간 보인 행태와 무관치 않다.

궤멸 위기에 처한 당을 추슬러 집권당으로 만들었는데 결국 쫓겨났다는 서운함이 큰 것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렇더라도 탈당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이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하던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도 각자도생할 조짐이다. 당장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 당 잔류를 선언했고 ‘천하인’도 개별 탈당하기로 했지만 이 전 대표 뜻과 달라질 수도 있다. 신당 창당 동력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구심점이 될 만한 거물급 정치인이 보이지 않고, 게다가 탄탄한 지역 기반을 지닌 세력도 없어 이 전 대표가 그리는 ‘개혁 신당’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보수 혁신의 기치를 내건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곧 출범하면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 전 대표가 한 비대위원장과 손을 맞잡아야지 탈당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1월 “신당 창당은 보수 절멸을 막기 위한 시도”라고 했다. 신당 창당은 보수 분열로 총선 전망을 어둡게 할 뿐이다. 탈당은 명분도 실익도 없는 패착이다. 이 전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전 대표의 탈당에 국민의힘도 책임이 작지 않은 만큼 무엇이 문제인지 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