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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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수원서도 아파트 화재 20대 추락사… 주민들 긴급 대피

숨진 20대, 방화 뒤 극단선택 추정
2022년 母 사망으로 정신적 어려움

수원 1명 부상… 가전제품 부주의

성탄절인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사망한 가운데 27일 경기 지역에서 잇따라 아파트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0분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의 한 아파트 꼭대기 층인 13층 집안에서 불이 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약 30분 만에 화재를 진압하고 인근을 수색해 1층에서 숨진 2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불이 난 세대에 사는 주민으로 조사됐다. 화재가 발생하자 아파트 주민 10여명이 밖으로 대피해 추가 인명피해는 나오지 않았다.

연말 잇단 화마 참변 27일 오후 1시쯤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20층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꼭대기층까지 가득 들어차 있다. 이 불로 주민 1명이 연기를 흡입했고, 30여명이 급히 대피했다. 오른쪽 사진은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아파트 복도에 진입하는 모습. 수원=뉴스1·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A씨는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거주하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A씨가 스스로 불을 낸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원인과 A씨의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오후 1시쯤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20층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직후 발화 지점인 16층 집 바깥으로 검은 연기가 빠져나와 상층부로 확산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총 47건의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29대와 소방관 등 인력 82명을 동원했다. 큰 불길은 화재 발생 17분 만에 잡혔다.

 

이날 화재로 거주자 B씨가 연기를 들이마셔 다쳤다. 3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해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B씨는 조사에서 “오전 10시 에어프라이어를 작동시켜 놓고 잠이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원인과 소방시설 현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불길이 모두 잡히자 아파트 주민들은 한데 모여 “며칠 전 도봉구 아파트에서 불 난 게 생각나서 놀랐다” “그때처럼 다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다”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앞서 지난 25일 오전 4시57분 서울 도봉구 방학동 23층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파트 4층 거주민 박모(33)씨가 아래층 불이 집으로 번지자 7개월배기 딸을 안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결국 숨졌다. 아파트 10층 거주자인 임모(38)씨도 화재 연기를 흡입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6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발생한 화재사고 현장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도봉구 아파트의 경우 현장 합동 감식 중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301호 작은 방에서 담배꽁초와 라이터를 발견한 것을 근거로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원 아파트 화재 역시 개인 부주의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시민들의 경각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단지가 많고, 주민 불편으로 방화문이 열려 있는 사례도 잦아 불이 나면 큰 피해로 번질 확률이 높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