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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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16) 행운의 포도

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2023년이 저물어간다. 항상 가는 해는 아쉽고, 다가오는 새해는 설레기 마련이다. 스페인의 세밑 풍습은 어떨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행운의 포도’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12월 31일 자정 시계가 울리는 소리에 맞춰서 포도 열 두 알을 먹는다. 열 두 알은 다가올 새해의 12달을 상징한다. 시간에 맞춰 포도를 다 먹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다 먹으면 한 해 동안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 행사는 스페인 전역에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여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시간에 맞춰 포도를 먹는다. 마드리드의 솔 광장처럼 커다란 시계가 있는 곳에서 모여 함께 포도를 먹기도 한다. 그리고, 새해의 첫걸음은 반드시 오른발로 내디뎌야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핫초코와 츄러스 ⓒ Madrid Destino

새해를 축하하는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자정 축하 행사가 끝난 후 1월 1일 새벽에 집에 돌아오기 전에 뜨거운 초콜릿과 함께 츄러스를 즐긴다. 풍요로운 새해를 기원하는 풍습이 두 가지 있다. 1월 1일에는 렌틸콩 수프를 먹는다. 동그란 렌틸콩은 동전을 의미하며, 번영하는 새해를 상징한다. 이 풍습은 고대 로마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카바(Cava) 와인에 금반지나 동전을 빠뜨리기도 한다. 건배하고 와인을 다 마신 후 반지와 동전을 건져낸다.

마드리드 솔 광장 새해 축하 행사 ⓒ Madrid Destino

우리나라의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끝나면 택시 잡기가 어렵듯이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에서 새해맞이 행사가 끝나면 교통전쟁이다. 12월 31일의 지하철과 버스노선은 평소 시간보다 일찍 운영을 마감한다. 우버로 예약하거나 자가용을 가져가지 않으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그리고 1월 1일에는 대부분의 상점과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다는 점도 우리와는 다르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