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내하청 근로자를 다쳐 숨지게 한 건설사 대표에게 징역 1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내놓은 첫 판단이자 실형이 확정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28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성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한국제강에는 벌금 1억원이 내려졌다.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 한국제강 작업장에서 일하던 60대 사내하청 노동자는 크레인에서 떨어진 무게 1.2t의 방열판에 깔려 숨졌다. 당시 크레인과 방열판을 연결하는 섬유벨트가 끊어져 노동자를 덮친 것인데, 해당 벨트는 오래돼 손상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원청대표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성씨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 4월 성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나온 첫 번째 실형 선고였다. 재판부는 한국제강에서 이전에도 수차례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적발돼 벌금을 물었지만, 이후에도 개선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시기인 2021년에 이미 다른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점도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성씨와 검사 모두 항소했지만 2심 판단도 같았다.
쟁점은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간의 죄수(범죄의 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지였다.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를 하나의 범죄로 봤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는 별도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두 죄의 관계는 여러 행위가 여러 개의 죄를 성립시키는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형량은 여러 죄 중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에서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이때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정해진 형으로 처벌한다.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통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성씨의 위반 행위가 모두 같은 일시와 장소에서 벌어졌고 같은 노동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도 사회관념상 하나의 행위로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각 법이 ‘산업재해 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또는 종사자의 안전을 유지·증진하거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의 보전을 그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