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영 라이트’로 野와 차별화… 한동훈 비대위, ‘5000만의 언어’ 외칠까

‘789 비대위’ 탄생… 여성 위원 3명·전향 인사 등 배치

박은식 대표·구자룡 변호사 등
20대부터 50대까지 고루 구성

과거 “노인 빨리 돌아가셔야” 발언
민경우 대표 “다시 한번 사과” 밝혀
노인회장 “즉각 사퇴… 韓 사과하라”
박은식 “男, 출산 주 결정권자” 논란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의 언어를 쓰겠다”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비대위원 인선이 공개됐다. 지명직 위원 8명 중 7명이 비(非)정치인이고, 평균 나이는 43세로 6명이 1970년대 이후 출생자다. ‘영 라이트’(Young right·젊은 우파) 이미지로 ‘올드 레프트’(Old left·구 좌파) 야권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韓 비대위, 789·비정치인 전면에

국민의힘이 28일 공개한 비대위원 명단에 따르면 ‘한동훈 비대위’는 한 위원장과 당연직 2명(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지명직 8명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지명직은 △50대 2명 △40대 4명 △30대 1명 △20대 1명이다. 1973년생인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789’(70·80·90년대생) 비대위가 탄생한 셈이다. 한 위원장과 지명직 비대위원 등 9명의 나이 평균은 44.4세로, 지난 3·8 전당대회로 출범한 김기현 지도부의 평균 나이(53.6세)보다 10세가량 적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최상수 기자

한 위원장의 공언대로 비정치인 위주로 꾸려진 점도 특징이다. 지명직 중 비례대표 김예지 의원을 제외한 7명은 모두 비정치인이다. 이들 중 ‘호남 우파 활동가’인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는 당 인재영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방송에서 보수 패널로 활동해 온 ‘이재명 저격수’ 구자룡 변호사와 윤도현 SOL(자립준비청년 지원 단체) 대표는 인재영입위에서 발표한 영입 인재다.

여성은 김 의원을 포함해 장서정 자란다(돌봄·교육 통합서비스 플랫폼) 대표, 한지아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3명이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 의원은 문화·예술·체육·장애인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의정 활동을 해 왔다. ‘워킹맘’인 장 대표는 인구·보육 전문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활동했던 한 교수는 보건 전문가다.

과거 진보 진영에 몸담았다가 전향한 인물들도 있다.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참여연대, 과거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던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출신이다.

당이 이날 비대위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전임 지도부가 임명한 주요 당직자들의 거취도 이르면 29일 결정될 전망이다. 유 정책위의장은 윤 원내대표와 함께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유임됐지만, 전임 지도부에서 임명돼 사의를 표명한 ‘친윤(친윤석열) 핵심’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등은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 총선을 100일 남짓 앞둔 상황에서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 여의도연구원장 인선이 주목받고 있다.

◆민경우 ‘노인 폄하’ 발언 논란도

이날 비대위원으로 내정된 민 대표는 ‘노인 비하’ 발언이 알려지며 구설에 올랐다. 민 대표는 지난 10월 한 토론회에서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발언 직후 웃으며 “죄송하다”고 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얼마 전 민주당 김은경 비대위원장의 망언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민 대표를 즉각 사퇴시키고 한 위원장은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되자 민 대표는 즉시 사과했다. 그는 “젊은 세대의 사회적 역할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로, 어르신들을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신중치 못한 표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도 지난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성성에 대한 존중, 결혼과 출산의 주된 결정권자는 남자다.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적어 논란이 됐다. 박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비공개 전환했다.

야당은 이를 두고 “역대급 막말 지도부를 탄생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한 위원장이 구성한 비대위 면면이 참 가관”이라며 “당을 대통령 직할부대로 만드는 걸로 부족해서 국민의힘을 극우위원회로 만들 셈이냐”고 했다.

이 밖에 한 교수가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조카라는 사실이 이날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인 한 교수는 윤 대통령의 ‘숨은 책사’로 불리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도 인연이 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