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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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만기 PF 보증채무만 4000억원 육박…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뉴스 투데이]

480억원 채무 못막아… PF 부실 현실화

중견 건설사 기업구조개선 10년 만
산은, 채권자 협의회 소집 통보
태영건설, 계열사 매각 자구책

정부, 안정화 방안 긴급 논의
사업장 경제성 판단 뒤 추진·정리
분양 계약자·하도급사 보호 지원
“건설·금융권 영향 제한적” 강조

국내 시공순위 16위 건설사이자 방송사 SBS를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는 태영건설이 28일 기업구조개선작업, 워크아웃을 채권단에 신청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시공순위 20위권 내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 2013년 쌍용건설(16위) 후 10년 만이다.

시장의 관심은 다른 건설사로 불똥이 튀느냐에 쏠린다. 정부가 예정보다 일찍 브리핑을 진행한 것도, “금융시장 및 건설업 전반으로의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강조한 것도 시장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선제 움직임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2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과도한 개발사업 관련 PF 연대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오전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지했다. 채권단은 내년 1월11일 1차 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다음 달 3일에는 채권자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 자구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에 대한 설명과 논의가 이뤄진다.

 

태영건설 측은 이날 산업은행에 계열사 매각과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은 예견된 일이었다. 태영건설은 이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빌딩의 PF 대출 48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계속 PF 상환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었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PF 보증채무만 4000억원에 가까웠다.

28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시공순위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은 이날 기업구조개선작업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시공순위 20위권 내의 상위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연합뉴스

태영건설에 대출을 준 금융기관들은 워크아웃 사태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별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PF 대출 2002억원으로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했다. 이어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순이다. 이들 채권단 중 75% 이상이 동의해야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 관리하에 대출 만기 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받는다.

 

정부는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아웃 관련 논의를 열고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워크아웃 신청이 이뤄지자마자 관련 회의를 연 것이다.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지 않도록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부는 “(태영건설은) 여타 건설사의 상황과 다르다. 과도한 불안 심리 확산만 없다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 60곳을 유형과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추진 또는 정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총 22곳으로 태영건설이 계속 시공한다. 필요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통해 시공사 교체 및 분양대금 환급 등 보호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협력업체 581개사가 체결한 계약은 1096건인데 이 중 1057건(96%)이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합의가 돼 있어 보증기관 등을 통해 하도급 대금을 받을 수 있다.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높은 하도급사는 먼저 금융기관 채무를 일정 기간 상환유예 또는 금리감면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건설사 발행 회사채·기업어음(CP)과 건설사 보증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는 등 타 건설업계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단어는 ‘연착륙’”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불안감 차단에 주력했지만 시장에서는 건설 및 금융업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기 자금조달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간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리스크가 제기됐지만 시공능력순위 30위권 내 대형 혹은 중견 건설사로 신용등급 하향이 이뤄지며 PF 리스크가 건설사로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중소 건설사 줄도산 사태가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전체 PF 사업장별 분양과 공정 현황, 공사비 확보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추가로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에서 PF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이도형·이병훈·박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