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직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 창당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구한 ‘이재명 대표 사퇴·통합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시한이 다가왔으나 이 대표는 반응이 없다. 정세균 전 총리도 ‘현애살수’(懸崖撒手: 낭떠러지에서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라는 사자성어까지 언급하며 대표 사퇴를 요구했으나 이 대표는 묵묵부답이다. 어제는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에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임명하는 등 ‘마이웨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맞서 이낙연 전 대표는 그제 내년 1월 첫째 주 안에 거취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신당’ 창당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6선 의원 출신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어제 민주당을 탈당해 이낙연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7일 탈당 및 ‘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한 가운데 어제 이준석 전 대표의 측근인 ‘천아용인’의 천하람 순천 당협위원장과 이기인 도의원이 탈당하고 합류 의사를 밝혔다. 천 위원장은 개혁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는다. 양 진영 모두 전직 당대표가 주류 세력과 틀어지며 신당을 차려 나오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직 당대표들이 주도하는 신당이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질지 미지수다. 이준석 신당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회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며 제대로 동력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신당 성패의 관건인 동반 탈당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측근 인사도 신당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제3지대 신당은 거대 정당의 극한 대결·승자독식 정치를 극복하겠다고 등장했지만, 얼마 못 가 소멸하는 역사를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이들 신당에 주목하는 이유는 거대 양당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신당이 유권자들의 선택 폭을 늘리면서 양당제 폐해 극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이미 제3지대 신당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지난 6월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새로운 선택’의 공동 창당을 선언했다. 정책 노선을 연대하거나 지역 연합을 꾀하는 이른바 ‘빅텐트’ 구상도 나온다.
내년 총선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거대 양당의 정쟁으로 점철된 정치판을 확 바꾸라는 것이다. 거대 양당은 선거제와 관련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신당은 아직 대안 세력으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반윤석열’ 혹은 ‘반이재명’만을 내세운다면 그동안 과거 수없이 명멸했던 ‘떴다방 신당’과 다를 게 없다. 이준석 전 대표는 27일 탈당을 선언하며 “미래를 이야기하는 생산적인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양당과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제3신당이 ‘총선용’ 우려를 벗고 성공하려면 양당제 극복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정책 청사진 제시를 통해 ‘새 정치’를 보여 줘야 한다.
[사설] 여야 전직 대표 신당 가속도… 새 정치 비전 없인 민심 못 얻어
기사입력 2023-12-29 21:58:38
기사수정 2023-12-29 21:58:37
기사수정 2023-12-29 21:58:37
이낙연, 내주 신당 창당 선언할 듯
동반 탈당 적어 파괴력은 의문시
양당제 극복 대안 제시해야 성공
동반 탈당 적어 파괴력은 의문시
양당제 극복 대안 제시해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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