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소비자 물가가 2년 연속 3% 넘게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이 2년째 3%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올해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역대 최대 폭으로 상승했고, 신선식품 등 생활물가가 평균치를 웃돌며 서민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외식배달비 가격까지 상승세를 보여 가계 살림을 쪼들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1.59(2020년=100)로 지난해보다 3.6% 올랐다. 지난해(5.1%)보다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3%대의 고물가가 계속됐다. 정부는 통상 물가 안정 목표치를 2%로 간주한다.
물가가 2년 연속 3% 이상 오른 건 2003(3.5%)∼2004년(3.6%)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장기간 0∼1%대의 저물가가 지속됐다.
올해 물가를 끌어올린 주요인은 공공요금이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기료와 도시가스 등의 가격 인상으로 20.0% 뛰었다. 관련 항목을 집계한 2010년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전기·가스·수도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0.68%포인트에 달했다.
농·축·수산물도 농산물(6.0%)과 수산물(5.4%)을 중심으로 3.1% 올랐다. 농산물 가격은 여름에는 폭염, 가을에는 이상저온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들어 계속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외식이 포함되는 개인서비스 물가도 4.8% 올라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3.9%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21년 3.2%, 지난해 6.0% 등 3년 연속 3% 이상을 나타냈다. 다만 지난해 20%대로 치솟았던 석유류 가격이 올해 11.1% 떨어진 것은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월별 기준으로 볼 때 12월 물가는 지난해 동월 대비 3.2% 올라 전월(3.3%)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농산물 등의 가격 둔화 흐름이 다소 더딘 모습이다. 농산물 가격이 15.7% 오르면서 농·축·수산물 물가는 7.7% 상승했다. 이달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2021년 4월(17.7%) 이후 가장 높았다.
‘배달 물가’도 서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외식배달비지수 작성 결과’에 따르면 이달 외식배달비는 1년 전보다 4.3% 올랐다. 통계청이 배달비를 조사해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지난해 동월 대비 4.6%, 비수도권이 3.9% 각각 상승해 수도권의 상승률이 더 높았다.
조사 기간 배달비 분포를 보면 3000원인 경우가 32.1%로 가장 많았다. 3000원을 포함한 3000원대가 47.3%를 차지했다. 2000원대가 30.9%, 4000원대가 11.3%로 뒤를 이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12월 물가상승률에 대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유가가 낮아지면서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됐다”며 “근원물가는 외식과 상품을 중심으로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은은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내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 가겠지만 내년 4분기 이후에나 목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계부채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