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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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성세 이루고 淸 몰락 자초… 별종 황제 건륭제 성공과 실패

건륭/장훙제/조유리 옮김/글항아리/2만2000원

 

청나라 고종(高宗) 건륭제(乾隆帝)는 89세까지 장수하며 무려 63년4개월을 군림해 인류 역사상 실질적인 통치 기간이 가장 길었던 제왕이다. 그는 위로는 할아버지, 아래로는 고손자까지 자신을 포함한 7대를 이룬 황제이기도 했다.

건륭제는 긴 통치 기간만큼 변화무쌍한 면모를 보여 준다. 인자한 모습 한편으로 잔인했으며, 검소하면서도 사치스러웠고, 겸손하면서도 거만했다. 위대한 정치적 업적을 쌓고 태평성대를 이루며 청나라 전성기를 구가한 성공한 황제였지만 말년에 중대한 정치적 실수를 범하면서 청나라를 아편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은 실패한 군주이기도 했다. 책은 이렇게 복잡하고 모순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던 별종 황제인 건륭제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다.

장훙제/조유리 옮김/글항아리/2만2000원

건륭제가 이룬 성과는 엄청나다. 그의 즉위 6년 당시 중국의 인구는 1억4000만명이었지만 통치 50년 뒤 2배 이상 늘어나 최대 3억명에 달했고, 국내총생산은 전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또한 건륭제는 변방을 정치적 관할구역에 포함하고 군사적으로 엄격하게 다스려 영토를 넓혔고, 8만권으로 구성된 총서 ‘사고전서’를 만드는 등 전무후무한 문화적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문무를 겸비해 말 타고 활쏘기에 능했고, 평생 4만3000여수의 시를 써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시를 남긴 시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건륭제는 말년에는 자신이 이룬 태평성세에 취해 실정을 거듭한다. 사치에 빠져 대신들에게 공물을 강요하면서 청렴하던 공직사회가 부정부패에 물들었고, 반체제 지식인들을 탄압하는 ‘문자옥’(글로 인해 화를 당하는 일)도 많이 일으켰다. 또 사고전서를 만든 이면에서는 왕조에 불리한 내용을 담은 책 6만∼7만권 불태우기도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건륭제 말년이 서구에서는 프랑스대혁명, 영국의 산업혁명 등이 일어난 격변의 시대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혁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고집불통과 오만함으로 봉쇄 정책을 펴 청나라 몰락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