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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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들 불신 커… 한동훈, 제대로 물갈이 안 하겠나” [심층기획-22대 총선 풍향계]

<1회> 수도권 격전지가 명운 가른다

여당 텃밭 영남 르포
대구 “野, 尹에 사사건건 발목
韓 비대위장 묘수 낼지 기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후폭풍
野, 5곳 우세 3곳 박빙 조사도

“마 이번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제대로 물갈이 안 하겠나 싶습니다.”

지난달 26일 세계일보가 찾은 ‘보수의 심장’ 대구는 4월 총선까지 국민의힘을 이끌어 갈 새 사령탑이 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에 차 있었다. 8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김정호(67)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는 것마다 야당이 발목 잡고 아무것도 못하게 해 왔는데 한 위원장이 와서 어떤 해법을 낼까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많은 대구 시민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현역 의원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는 모습이었다. 대구=최상수 기자

대구·경북(TK) 지역은 전국에서 여당 지지세가 가장 확고하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12∼14일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에서 TK 지역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6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대구 민심은 지역 현역 의원들에 대해선 불만이 팽배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지역구인 달서구에 사는 자영업자 조동승(59)씨는 “선수를 중시하는 당이다 보니 대구의 초·재선 의원들이 목소리 한 번 못 내고 일도 제대로 못한다”며 “대구에도 국민의힘 싫다는 사람이 많은데 투표하러 가서 차마 민주당은 못 찍겠고 다른 대안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찍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문시장에서 30년째 칼국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연춘(77)씨도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당을 떠나서 자기가 내뱉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며 “여태껏 보면 10가지 약속하면 2가지도 잘 못 지키더라”고 말했다. 기대감이 없다는 냉소적 반응도 있었다. 서문시장 아진상가 부속골목에서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 중인 정철훈(65)씨는 “40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데 갈수록 어려워지기만 한다. 국회의원이 잘 바뀌면 좋아질 거라고 얘기하는 건 ‘희망고문’”이라고 말했다.

대구 서문시장. 대구=최상수 기자

보수 텃밭으로 통하던 부산도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18개 선거구 중 민주당은 3석에 불과하지만 최근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5곳 우세, 3곳이 박빙’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부산 국제시장 인근에서 만난 꽃집 사장 김수미(37)씨는 “엑스포가 이렇게 크게 질 줄 누가 알았느냐”며 “대통령이 재벌들하고 떡볶이 묵는다꼬 부산 경제가 살아납니꺼”라고 되물었다. 부산역 앞에서 만난 25년 차 택시기사 임모(53)씨는 “국힘을 우리 당이라 생각하고 찍었는데 요즘은 그 마음이 마이 식었다 아입니까”라고 했다.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4%, 민주당 26%로 6개월 전과 비교해 여당은 15%포인트 하락한 반면 야당은 3%포인트 올랐다.


대구·부산=박지원·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