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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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 성폭력 혐의 男 ‘무죄’ 확정…“알리바이 드러나”

B씨는 2011년 10월 초 입대, 휴가는 이듬해 6월에야 나와

피해자가 주장하는 2011년 11월 말에는 부대에 있었던 것

미성년자인 사촌동생을 성폭행하려 했단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피해자의 주장과 모순될 수밖에 없는 남성의 알리바이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서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법원은 성폭력방지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 대해 지난달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수능이 끝난 2011년 11월 말 경 사촌오빠인 B씨의 방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A씨는 작은아버지, 즉 B씨의 아버지로부터 수능이 끝났으니 용돈을 주겠다며 집에 오라는 말을 듣고 간 것이라 했다.

 

하지만 B씨는 2011년 10월 초에 입대한 몸이었고, 휴가는 이듬해 6월에야 나왔다고 한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2011년 11월 말에는 부대에 있었던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은 범행일시를 ‘2011년 11월 말’에서 ‘2010년 11월 말’로 바꿔 공소장을 변경해 봤지만, 재판부의 의심을 거둘 순 없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일시를 확정하게 된 근거가 본인의 수능이고, 수능은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라며 “진술 시점이 사건 당시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긴 했지만 기억이 흩어졌다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가 고소에 나선 건 2021년 11월로 10년의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자신의 수능처럼 중요한 일을 착각하긴 어렵단 거다.

 

검찰은 이보다 앞선 2007년 사촌동생 A씨가 13살이던 때 B씨가 성추행했다고도 주장했지만, ‘수능 직후 성폭행’ 얘기를 살펴본 결과 “피해자 진술의 전반적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본 재판부는 이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B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사도 항소를 포기해, B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