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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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甲辰年) 총선의 해, 정치권 설화 주의보

2024년 갑진년(甲辰年), 총선의 해를 앞두고 정치권에 ‘설화’ 주의보가 발령됐다. 국민의힘 민경우 전 비상대책위원이 ‘노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퇴하면서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막말과 비하 논란에 여야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민 전 위원은 비대위원으로 지명된 직후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한 과거 발언이 언론에 보도됐다. 29일 공식 임명된 후엔 “386 세대가 젊은 세대의 진입을 막는 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실수”라고 해명하며 거듭 사과했지만, 일본의 조선 식민 지배,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에 대한 과거 발언이 계속 보도되자 끝내 사퇴했다.

 

박은식 비대위원도 “결혼과 출산의 주된 결정권자는 남자”라고 하는 등 과거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던 글들로 ‘여성 비하’ 논란이 제기됐다. 다만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발언의 맥락을 보면 여성비하 의도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비대위 차원에선 따로 입장 표명을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설화가 있었다. 지난달 민주당은 ‘설치는 암컷’ 표현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전 의원에게 당원자격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최 전 의원은 지난달 19일 광주 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 북콘서트에서 윤석열정부를 비판하며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리심판원 심사를 거치지 않는 ‘비상 징계’로 논란을 차단에 나섰다. 남영희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지역위원장이 ‘암컷 발언’을 감싸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민주연구원 부원장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민 의원이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정당’ 출신이 아님을 문제 삼으며 ‘불임 정당‘이라는 표현을 페이스북에 썼다 삭제한 일도 있었다. 지난 6월 당 쇄신을 위해 구성한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 발언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유난히 ‘막말’에 대한 경계령이 높아진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인물이나 구도보다는 ‘바람‘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 많은데, 막말은 바람을 바꿀 수 있는 중대 변수”라고 설명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비하 논란’ 발언이,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유족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일각에선 총선이 다가올수록 각 정당이 상대편 인사들의 말실수와 문제성 발언을 물고 늘어지며 당 전체를 매도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