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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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vs 이재명 총선 ‘정면승부’…차기 대권주자 운명 갈린다?

결과에 희비 엇갈릴 듯
뉴시스

4월 10일 열리는 제22대 총선 성적에 차기 대권 잠룡들의 운명이 달려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당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2인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되면서 거대 양당이 총선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총선에서 승리한 사령탑은 대권 가도에 탄력을 받겠지만, 패배한 측은 치명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대표 등 야권 대권주자들과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등 야권 대권주자들도 총선 역할과 결과에 따라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법무부 수장으로 '대야 투쟁'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한 위원장은 총선을 106일 앞두고 여당의 비상 사령탑으로 전격 추대됐다.

 

총선 지휘봉을 잡은 직후 이 대표와 각을 세우는 모습이지만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위원장이 당내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총선 결과는 본인뿐 아니라 임기를 3년 남겨둔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도 가를 수 있다.

 

현재 여론 지형이 여당에 녹록치 않은 형국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 머무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도 '정권심판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서울의 경우 강남 3구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불리하다는 당 자체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뒤집고자 한 위원장은 '운동권 세대교체론'을 꺼내 들었다. 비대위원들을 20대와 40대 위주로 배치했고, 앞으로 공천 과정에서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류도 읽힌다.

 

결과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한 위원장의 책임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한 위원장은 여권의 대권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총선을 승리로 이끄느냐,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급추락할 수도 있고, 계속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한 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 TK·PK 지역 중진들을 물갈이할 텐데 그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이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윤석열 아바타라 불릴 정도로 일체화됐는데, 차별화하지 않으면 (대권주자로서)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했다.

 

원 전 장관도 한 위원장과 함께 이번 총선에서 활약할 '투톱'으로 꼽힌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한발 빠르게 몸값 띄우기에 나선 바 있다. 자진해서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이 대표의 거취 결정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명룡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험지에서 이 대표와 접전을 벌이거나 이길 경우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원 전 장관은 이미 한번 대권에 도전하기도 했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정부 출범 이후부터 총선에서까지 여러 역할을 맡았다"며 "다음 대권 후보로 당연히 나설 것이고, 한 위원장과 경쟁 관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 등도 총선 결과에 따라 잠룡에서 대권 주자로 재조명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의 경우 총선 승패가 이재명 대표의 대권주자 입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여전히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오차범위 95% 신뢰 수준에 ±3.1%포인)에서 이 대표는 19%로 1위였다. 한 위원장이 16%로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지만,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조사 결과도 여럿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 등 당내 분열 양상이 짙어지는 가운데 치러져 통합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거대 야당의 지위를 지켜낸다면 이 대표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지겠지만 반대로 패한다면 '책임론'이 확산하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원내 1당을 지켜내는 수준의 승리로는 거취를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저조하고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받은 성적표치고는 마뜩잖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여당을 근소하게 따돌리는 수준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비주류는 현재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을 문제 삼으며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쇄신 요구가 계속될 공산이 크다.

 

신당 창당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도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체제'가 위태로워지면 이 전 대표가 다시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신당의 파급력이 대권 가도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등이 신당 창당에 함께하겠다며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현역 의원 중에는 합류할 인사가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천 여부가 어느 정도 결정되는 2월부터는 공천을 못 받은 의원들이 신당 합류로 방향을 전환할 여지는 남아 있다.

 

신당의 한계를 점치는 목소리가 우세한 것이 사실이지만 세를 불린 후 신당이 존재감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총선에서 양당을 잇는 제3지대 신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3총리 연대설'로 소환된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총선 승리를 위해 구원투수 격으로 등판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전 대표의 창당 움직임과 공천 문제로 계파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당 위기 때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거라는 당내 기대감도 나온다.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민주당 내 잠룡으로 여겨진다. 현직 광역단체장이란 한계로 직접 선거운동을 하진 못하지만, 정책을 통해 간접 지원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 성적이 대권 잠룡들의 향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권 2년 차 즉 임기 3년 남았을 때 윤석열 대통령이 대권 주자였느냐"며 "3년 후 얘기를 지금 어떻게 예측하는가. 시기상조 정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차기 대통령 적합도 등의 여론조사에서 여권에서는 한동훈 위원장이 1위를 달리고 있는데 큰 의미가 없다"며 "지금은 인지도 조사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