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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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션』 진 트웬지 “세대 차이의 근원에는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김용출의 한권의책]

인도와 미얀마 사이의 벵골만에 위치한 섬 ‘노스 센티널’. 뉴욕 맨해튼만한 이 섬에는 한 부족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 이 부족은 섬을 찾는 외부인에게 활을 쏘고 창을 휘두르면서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다. 난파선에서 나오는 금속으로 무기를 만드는 것 외에는 현대 기술을 거의 사용하지도 않는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이 부족은 앞으로도 200년 전과 별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세계 대다수 현대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태어난 시기와 장소에 따라서 전혀 다른 생활과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예를 들면, 1990년대만 해도 정치적 견해를 공유하려면 시위에 참가해 외치거나 신문사에 우편을 보내서 자신의 글이 게재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셜 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리면 끝이다. 1930년생 여성들은 으레 스무 살에 결혼해 스물다섯까지 출산과 육아에 전념했지만, 1990년생 여성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해 스물다섯이 돼도 출산은커녕 결혼조차 하지 않는다.

 

서울역의 사람들

이처럼 세대에 따른 생활 문화의 변화는 단순히 특정한 사건 결과나 시대정신의 결과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세대 간 생활문화에 변화가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 즉 세대 차이가 나타나는 근원은 무엇일까.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이자 세대 변화에 대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진 트웬지 교수는 책 『제너레이션』(이정민 옮김,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세대 차이의 근원에는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개인주의와 ‘슬로우 라이프’로 불리는 느려진 생애주기가 매개 요인으로 작용하고, 주요한 사건들 역시 부수적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기술은 엄마 거북이, 개인주의와 느려진 인생주기가 딸 거북이다. 주요 사건은 이따금 등장하는 지인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술과 더불어 개인주의와 슬로우라이프가 20세기와 21세기의 세대를 규정하는 핵심 트렌드인 것이다.”(20~21쪽)

 

기술은 왜 세대 차이에 근원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기술은 얼핏 보면 생활문화의 변화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물론, 생각하고 행동하며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까지 완전히 바꿔놓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이 같은 전제 아래 무려 3900만 명을 대상으로 출생률과 소득, 교육, 정치적 성향, 성적 취향, 삶의 목표, 결혼 연령, 이혼, 리더십 역할 등 24개의 데이터시트를 통해 사일런트, 베이비붐, X, 밀레니얼, Z, 알파 세대의 여섯 세대 현황과 역사, 특징을 분석한 뒤 세대 차이의 미래를 조망한다.

 

책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의 6%를 차지하는 ‘사일런트 세대’(1925~1945년 출생)는, ‘사일런트(침묵의)’라는 이름처럼, 세계대전을 주도한 GI세대(징집 세대)에 비해서 무대나 연단 근처에도 가지 않을 정도로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않던 조용한 세대다. 그럼에도 전쟁 이후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회적 변화와 경제 성장을 일으킨 주역이다. 어느 세대보다 이른 결혼을 하며 다자녀를 키운 세대로, 이들 세대에서 커리어 우먼이 등장하며 일하는 엄마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이태원의 인파.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는 21.1퍼센트를 차지하는 거대한 규모 덕분에 정치와 경제, 사회 전 영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온 세대다. 성평등을 향한 고군분투와 성차별이 공존하던 세대이고, 사회개혁 여론이 들끓던 1960년대에는 히피족이었다가 1980년대 여피족이 됐다. 경제 호황의 수혜를 입었지만, 교육 격차와 소득 불평등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인구 18퍼센트를 차지하는 ‘X세대’(1965~1979년 출생)는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동시에 경험한 세대다. TV가 생긴 이후에 태어났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점에 성인이 됐으며, 어른으로서 스마트폰과 소설미디어를 맞이했다. 베이비붐 세대에 치이면서도 Z세대 자녀들을 보면 당혹감을 느끼는 낀 세대로 분류된다.

 

20.5퍼센트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 출생)는 자기중심적이고 ‘나는 특별하다’는 주입받으며 살아온 세대로, 나르시시즘적 성향이 강하다. 오랫동안 학교에 다니고 사회 진출 시기가 늦어서 슬로우라이프를 살고, 연애와 결혼, 출산도 늦어진 세대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한편으론 정치적 무관심, 탈종교적 성향으로, 다른 한편으론 환경문제, 낙태합법화, 사형제 폐지로 발현되기도 한다.

 

‘Z세대’(1995~2012년 출생)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면서 현실 세계보다는 온라인상에서 사회적 교류를 더 많이 하는 세대다. 안전 욕구가 강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낮으며, 성별 개념은 매우 유동적이다. 23퍼센트 규모. ‘알파세대’는 2013년 이후 태어난 세대이다.

 

세대 차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부동산 경기는 베이비붐 및 X세대가 주택을 내놓지 않아 공급은 제한적인 데 반해 밀레니얼 및 Z세대 수요가 증가하면서 2030년까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고, 직업의 경우 2030년이 되면 모든 베이비붐 세대가 66세가 되는 만큼 대부분의 경제적 직위를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 넘겨주게 될 것이다. 베이비붐 및 X세대는 보수 성향이 강해지는 반면, 밀레니얼 및 Z세대는 진보 성향을 강화할 것이고, 절정을 맞고 있는 인종 차별의 경우 밀레니얼 및 Z세대를 중심으로 해소될 것으로 저자는 전망했다. 그러면서 세대 간 분열이 아닌 이해를 통한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여섯 세대가 향후 수십 년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기술 때문에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뭉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어느 세대 책임인지를 두고 논쟁하는 대신, 모든 세대가 문화적 변화를 탐색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세대 간 차이를 이해하면 세대 간 갈등도 줄일 수 있다.”(566쪽)

 

책은 국내 세대론 저서나 논문에서 주요하게 다뤄온 ‘86세대’를 별도로 다루지 않고 Z세대로 포괄하고 있고, 국내와 다른 세대 구분을 하고 있으며, 기준 역시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청할 만하다. 특히 세대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과 경로, 주요 세대의 현황과 역사, 특징을 짚어낸 뒤 세대의 미래까지 조망했다는 점에서 가히 세대론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