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부의 맹주 에티오피아가 염원인 홍해 재진출을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말릴란드’라는 나라의 항구를 사용하는 대신 이를 국가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말릴란드는 에티오피아의 앙숙인 지척 소말리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어서 가뜩이나 정세가 불안한 동부 아프리카 역내 갈등이 더 격화할 우려가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총리실은 아비 아머드 총리가 이날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무세 비히 압디 소말릴란드 대통령과 홍해 항구인 베르베라를 사용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후 한 달 안에 추가 회동을 통해 협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MOU 체결 뒤 압디 대통령은 합의의 일환으로 에티오피아가 적절한 시기에 소말릴란드를 독립국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 북부 29만여㎢ 지역이 1991년 독립을 선언한 이후 독자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인구 350만명의 소국이다. 수많은 내전으로 경제와 치안이 매우 불안정한 동아프리카 여타 국가들과 달리 정치·사회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나라로 평가받지만 소말리아 등의 반발로 아직 전 세계 어떤 국가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MOU로 에티오피아는 염원하던 항구 재확보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3년 자국 영토 중 홍해와 인접한 지역이 에리트레아로 독립한 뒤 내륙국이 된 에티오피아는 이후 해상무역의 대부분을 인접한 지부티에 의존해왔다. 아머드 총리가 지난해 11월 국영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약 1억2000만명의 자국 국민이 ‘지리적 감옥’에 갇혔다고 강조할 정도였다.
문제는 여전히 소말리아가 소말릴란드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말리아 정부는 이날 긴급 내각 회의를 소집한 뒤 성명을 내고 “소말릴란드는 헌법에 따라 소말리아의 일부이므로 해당 양해각서는 주권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국 주재 에티오피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는 1977년 오가덴 전쟁으로 4개월여간 피를 흘렸으며 이후로도 국경분쟁 등으로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2018년 취임한 아머드 총리가 동아프리카 지역 내 긴장 완화를 추구하며 양국 관계가 상당히 개선됐으나 에티오피아가 소말릴란드를 정식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나서며 다시 두 나라 간 긴장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