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아빠 차 훔쳤다”… ‘미성년 무면허 사고’ 5년간 3000건 달해 [미드나잇 이슈]

1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서 중·초등생 무면허 운전
청소년 무면허 운전사고…최근 5년간 2914건 발생
전문가 “사회적 현실 반영한 강한 처벌 필요하다”
“형! 형! 100㎞ 밟지 마! 밟지 말라고! 엔진 터진다고 XX.”

 

아직 변성기도 오지 않은 듯한 앳된 목소리로 거친 말을 뱉어낸다. 초등생이 인터넷 생방송에서 무면허 운전 중인 중학생에게 한 말이다. 지난 1일 오후 10시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일대에서 중학생 A군(15)과 초등학생 B군(12)이 무면허로 번갈아 가면서 13㎞가량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터넷 라이브 방송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이들은 다음 날 0시20분쯤 시청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조사 결과 B군은 아버지의 차 열쇠를 들고 나와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A군에게 연락해 함께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 2명 중 초등생 B군은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인 것으로 파악돼 귀가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이튿날부터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 혐의가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18세이하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가 3000여건가량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8~2022년 10대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가 총 2914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망은 81명, 부상은 4272명이었다. 사고 건수는 2020년 최고점을 찍었고, 그 이후 감소했다. 2018년∼2020년 605건, 657건, 703건이 발생했다. 다만 2021년부터는 사고수가 줄어들어 2021년은 480건, 2022년은 469건으로 집계됐다.

 

인터넷 라이브 방송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자료를 보면 연령별 무면허 교통사고는 건수도 20대 이하가 가장 많았다. 2022년 무면허 교통사고는 총 5066건이다. 이 중 20세 이하 사고 건수는 1523건으로 전체 중 30%를 차지한다. 두 번째로 많은 연령대인 21세~30세(798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어 사고 건수는 65세 이상(689건), 31세~40세(561건), 41세~50세(515건) 순이었다.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이 줄지 않는 배경에는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전형환 법무법인YK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성인은 무면허 운전을 하면 바로 형사재판이 진행돼 초범인 경우는 벌금형을 받는다”며 “하지만 보통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후 적발되는 경우가 많아 징역형에 집행유예 이상 혹은 반복적이면 실형까지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성년자는 소년법 특례를 적용받으므로 (범죄) 결과가 중하지 않은 이상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는다”며 “이를 알고 악용한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따라서 촉법소년 나이를 하향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면서 “사회적 현실을 반영해 조금 더 처벌을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