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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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고 붉고 푸른 ··· 다양한 포도를 만나다

사진작가 고려명 개인전 ‘더 포도’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포도는 회화 소재로 자주 쓰여왔다. 포도가 길상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한 송이에 열리는 무수한 포도알은 자손의 번창을 의미한다. 서양에서도 생명과 풍요, 문화적 번영을 나타낸다.

 

‘포도’ 1

하이퍼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가 고려명은 아날로그식 정통 사진 기법으로 대상을 근접 촬영해 극사실주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왔다. 독일제 대형 카메라에 이스라엘 우주관측용 특수필름을 넣어 촬영하기 때문에 검게 윤이 나는 포도알 표면의 분가루, 주름까지 선명하게 잡아낸다.

 

작은 오브제를 초고화질로 촬영해 크게 확대, 출력한다. 작은 물체를 눈앞에서 크게 볼 때 관객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또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다. 사진이지만 가까이 볼수록 그 회화성이 더욱 두드러져 독특한 매력을 낳는다.

 

‘포도’ 2

하이퍼리얼리즘의 목표는 대상의 정밀 재현이 아니다. 아무리 정밀한 묘사라도 실제와 달라서다. 극사실주의적으로 커져 버린 이미지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도록 해, 대상에 관한 전혀 다른 시각과 관심을 생성한다.

 

‘포도’ 3

작가의 초기 작업은 흑백이 주를 이루지만 이후 노랗거나 붉고 푸른 포도 등 그 자체로 색채가 선명한 포도들이 대세를 이룬다. 회화 재료를 필름 위에 덧입혀 더욱 화려한 색채까지 영역을 확장하더니 최근에는 다시 흑백에 대한 재정의를 시작했다. 금과 은을 이용해 작품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포도’ 4

블랙의 어두운 포도 위 수놓아진 금박의 포도알은 탱화에서 비롯한 정신과 가치를 담고 있다. 

 

작가는 중학교 때 미국 뉴욕을 거쳐 2009년 프랑스 파리 스페오스 사립 사진 학교를 졸업하고, 주로 파리에서 활동한다.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윈도우갤러리는 22일까지 고려명의 개인전 ‘더 포도’를 진행한다. 작가의 최신작 8점을 선보인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