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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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중진의乙을위한변명] 작심삼일의 기적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갑(甲)은 푸른색을, 진(辰)은 용을 뜻한다고 합니다. 2024년은 푸른 용처럼 승천하는, 누구나 갑이 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새날, 새 아침의 기운을 받아 많은 사람이 새로운 결심들을 하게 됩니다. 누구는 담배를 끊는다고 하고, 누구는 다이어트의 굳은 결심을 밝히고, 누구는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학교에 입학하거나 취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또 누구는 직장에서의 승진 야망을 드러내고, 또 누구는 멋진 사랑의 의지를 불태우기도 하지요.

결심을 실천하기 위한 퍼포먼스도 다양하게 내놓습니다. 누구는 굳은 결심을 적어 벽마다 붙여 놓기도 하고, 누구는 다른 사람과 내기를 하기도 합니다. ‘두고 봐라. 이번에는 반드시!’ 이런 굳은 의지의 표현이지요.

이런 결심들을 가로막는 장벽 같은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이지요. 잘 알다시피 마음먹은 게 3일밖에 못 가는 안타까운 현상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좀 자세히 들여다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바꾸어 생각하면 마음먹은 것이 무려 3일이나 간다는 놀라운 희망의 빛을 품고 있거든요. 365일을 하나로 보고 결심 한 번으로 끝낼 게 아니라 3일씩 쪼개어 122번 결심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의 단어랍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매일 결심만 하다가 1년이 다 가 버리겠다.’ 바로 그겁니다. 한 번 결심해서 3일을 실천하게 된다면, 결심하는 데 돈이 들거나 노력이 드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결심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너무 먼 미래나 꿈은 사실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는 동네 셔틀버스를 타는 것처럼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겐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일이지요. 그것보다는 당장 내일 아침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결심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장기적인 계획은 무계획이나 똑같거든요. 오늘 아니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아니면 모레 하면 되고. 핑계만 늘어날 뿐입니다. 여기에 3일의 결심을 실천한 스스로에 대한 자랑스러운 보상도 필요하지요. 물론 그 보상이 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나만이 만족하는 보상이면 됩니다. 3일간의 다이어트 성공에 대한 한 끼의 성찬 같은 아주 사소한 보상. 갑진년 새해는 작심삼일을 실천하는 날! 첫날의 결심을 매일매일 이루는 날! 스스로에게 갑이 되는 날!이 되길 기원합니다.


양중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