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일정 중 흉기 습격을 당한 후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며 ‘헬기 특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한 의사단체가 이 대표에 대한 고발 예고를 하고 나섰다. 부산시의사회를 시작으로 의사단체들의 비판 성명이 잇따르는 등 의료계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7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오는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와 측근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단체는 이 대표가 헬기로 서울로 이송되면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양쪽 모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한 마디로 특혜라고 생각한다.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발에 나서게 됐다”며 “우리나라에서 서울 몇몇 병원으로의 지나친 환자 집중이 지방의료의 몰락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환자의 의학적 필요성과 병원의 실제 의학적 능력과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번 고발을 계기로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헬기를 탄 것이 적절했는지를 법적으로 따져볼 예정이다. 이 대표가 정말 위급한 상황이었다면 부산대병원에서 바로 수술을 하는 것이 맞았고, 응급 상황이 아니었다면 굳이 헬기를 탈 필요가 없었다는 비판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일정 중 피의자 김모(67)씨에게 흉기 피습을 당한 직후 부산대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처치를 받았다. 하지만 혈관재건술 등 본격적인 외과 수술은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서울대병원으로의 후송은 구급차가 아닌 헬기로 이뤄졌다.
이에 여당과 일부 의료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의 헬기 탑승이 특혜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산대병원이 외상 수술에 있어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방에 있는 병원이라는 이유로 헬기까지 타고 서울로 올라간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대표가 평소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법제화를 주장해온 만큼 논란은 가중됐다.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간 진실공방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부산대병원의 요청으로 수술을 준비했다”며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해 부산대병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지난 4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반면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와 가족들 요청으로 전원했다는 입장이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먼저 요청한 게 아니었다”며 “일부 의사들이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며 이송을 반대하기도 했지만, 이 대표 가족들의 뜻에 따라 옮기게 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송을 해야 한다면 헬기가 가장 나은 걸로 판단했다”며 “서울대병원에서 즉시 수술이 가능하다 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부산시의사회를 필두로 각 지역 의사단체들의 비판 성명이 잇따라 발표됐다.
부산시의사회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며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다.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 전달 체계를 짓밟아 버린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후 전라북도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지역의료계를 무시한 특혜 이송”이라며 “사회지도층이 모범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전시의사회도 “지역의료 이미지를 저하시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고, 경상남도의사회는 “편법과 특권으로 얼룩진 서울행”이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도 “헬기 특혜 이송이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작태라고 지적한 부산시의사회에 십분 공감한다”고 동참했다.
한편 야당 지지자들은 의료계의 비판 성명에 이어 고발 예고까지 더해지자 “과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논리면 부산에서 진단받고 서울로 올라가서 치료받는 환자들도 전부 고소해야 하는 게 아니냐” “목에 칼을 맞은 환자를 의사가 고발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등 불만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