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혼 시 공무원 퇴직금 분할수급권 포기는 신중해야 [알아야 보이는 법(法)]

이경진 변호사의 ‘슬기로운 가정생활’

오늘은 다소 복잡하지만 ‘이혼 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에 관한 여러 쟁점을 살펴볼 수 있는 최신 판례가 있어 소개합니다(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2두62284 판결). 예전 칼럼을 통해 배우자가 앞으로 수령할 퇴직금과 퇴직연금 역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연금공단에 직접 분할연금을 청구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드렸습니다(2022. 4. 25. 게재).

 

금번 최신 판례의 사실관계와 쟁점 및 대법원의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 사실관계

 

B는 공무원인 배우자 A(이 사건 소송의 원고)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A의 예상 퇴직급여 중 재직 기간 10년에 해당하는 퇴직연금 부분을 뺀 ‘나머지’만 A의 적극재산에 포함해 재산분할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이혼소송 중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소위 청산 조항이 포함되어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이후 이혼 배우자 B가 공무원연금공단(이 사건 소송의 피고)에 분할연금·일시금 지급 선청구를 하자 공단은 이를 승인하는 처분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상대방 배우자인 A는 B가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공단을 상대로 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 사건의 쟁점과 대법원의 판단

 

구 공무원연금법 제45조 제1항과 제2항에 따르면 이혼 배우자는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면 공무원이었던 상대방 배우자의 퇴직연금액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분할연금액)을 이혼 배우자가 생존하는 동안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구 공무원연금법 제46조에 따라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분할연금액과 다른 금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대법원 판결(2019. 6. 13. 선고 2018두65088)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만 협의서나 조정 조서 등을 포함한 재판서에 퇴직연금 분할 비율 등이 명시되지 않더라도 이혼 배우자가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절차에서 상대방의 퇴직연금 내역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상대방의 적극재산에 포함하고, 상대방의 퇴직연금의 존부, 추정액 등이 협의 내지 조정에 이르기까지의 재산분할 절차에서 충분히 고려된 사정이 확인된다면, 퇴직연금이 이혼 당사자 사이의 협의액 내지 조정액의 결정 등에 반영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이 경우 재판서에 청산 조항이 기재되어 있다면 이혼 배우자가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분할 비율 설정에 동의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재산분할 절차에서 당사자 사이의 협의 내지 조정으로 퇴직연금 중 ‘일부’를 분할할 수 있으므로, 당사자들이 협의 내지 조정에서 분할 대상으로 삼은 퇴직연금 부분에 대해서는 구 공무원연금법 제46조의 특례 조항이 적용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구 공무원연금법 제45조 제2항이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이혼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의 퇴직급여 일부에 대한 분할수급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므로 이혼 배우자가 분할수급권을 포기한 범위를 심리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원심은 위 청산 조항만으로는 구 공무원연금법 제46조에 따라 연금의 분할 비율이 별도로 결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연금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