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장 혼잡 사태 원인으로 지목된 노선 표시 안내판(줄서기 표지판) 운영을 오는 31일까지 중단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노선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외려 버스 병목현상을 유발한 데 따른 조치다. 이곳을 지나는 노선 29개 가운데 6개의 정차 위치도 이달 안에 바꾸기로 했다. 오세훈 시장은 “좀 더 신중하게 일을 했어야 했는데, 신중치 못하게 추운 겨울에 새로운 시도를 해서 많은 분들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기는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명동입구 보도에 29개 광역버스 노선 번호를 적은 줄서기 표지판을 세웠다. 버스가 노선 번호가 적힌 표지판 앞에만 정차하고 다른 곳에서는 승객을 태우지 않도록 했다. 퇴근 시간에 버스가 정류장 인근 도로나 횡단보도에서도 승객을 태우는 등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표지판이 들어서면서부터 정체가 심해졌다. 표지판 앞에 정차하기 위해 광역버스가 줄줄이 늘어서면서 정체가 심해지고 시민의 탑승 대기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두 정류장 거리를 가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퇴근길 혼잡이 빚어지면서 시민 안전이 더 위협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빚어졌다.
이번 사태는 탁상행정의 예견된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제도를 바꾸려면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기본이다. 그래야 시행착오나 혼란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시범운영이나 시뮬레이션(모의시험)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승객들이 몰리는 사정과 안전, 교통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 겪지 않았을 혼란을 탁상행정으로 자초한 꼴이 됐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나 정책은 늘 혼란과 부작용만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다.
서울시가 시민 안전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서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면 이런 취지는 사라지고 서울시에 대한 시민의 불신만 커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 경기도 등과 협의해 일부 노선을 다른 정류장으로 옮겨 혼잡도를 낮춘 뒤 다시 시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비점을 철저히 따져보고 보완함으로써 시민 불편을 줄이고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사설] 서울시 탁상행정이 부른 명동 퇴근길 ‘버스 대란’
기사입력 2024-01-07 22:59:37
기사수정 2024-01-07 22: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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