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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공 황태자’ 박철언, ‘아끼는 후배’ 윤석열에 쓴소리

TK출신 ‘6공 황태자’ 보수 원로
노태우정부 북방정책 기수
3당합당·DJP연합 주역 박철언
“안보·경제·국민분열 총체적 위기”
北 ‘국가간 관계’선언은 “폭탄발언”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민족’지우는 남북에 각성 촉구

“안보·경제·국민분열의 총체적 위기다. 김건희 여사는 근신해야 하고 한동훈도 조연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쇄신해야 한다.”

 

박철언(82) 한반도복지통일재단 이사장의 ‘고언(苦言)’이다. 박 이사장은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대구초, 경북중·고교를 거쳐 대구 수성갑에서 국회의원을 한 보수 정통 원로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검사로 재직하다 전두환정권 시절 정무·법률비서관을 지냈고, 노태우정부에서 대통령정책보좌관, 정무제1장관, 체육청소년부장관 등 지냈다. 노태우 대통령의 6·29선언과 7·7선언, 북방정책,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등 ‘큰 그림’을 기초한 당사자다. ‘6공 황태자’란 별칭으로 더 유명했다. 2000년 정계를 떠난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최근 윤석열정부의 ‘한동훈 소통령’, ‘황태자’ 비유를 꺼내는 이들로 인해 정치권과 법조계에 부쩍 자주 소환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윤 대통령을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로는 ‘까마득한 후배’이자 ‘애정있는 후배’라고도 하지만 “국정운영은 별개”라며 쓴소리를 내놨다.

 

박철언 한반도복지통일재단 이사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박 이사장은 최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민생을 위해 여야가 협치를 해야한다”며 “야당이 대승적 입장에서 민생을 위해 국회에서 정부가 하려는 일을 도와줘야 하고 대통령은 스스로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쇄신에 대해서는 야당 대표와의 대화, 김건희 여사 및 주변 관리를 꼽았다. 그는 “야당 대표와 지금까지도 대화를 안하고 있다”며 “예컨대 피습당해 입원 중인 이재명 대표에 문병하는 것도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또한 김 여사도 근신을 해야 하고 제2부속실도 설치해 뒷받침하고 특별감찰관도 임명해 주변 감찰을 하게 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보건대 ‘아, 대통령 생각이 달라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쇄신을 해야한다”며 “한동훈 위원장이 아무리 뭐라 해도 조연에 불과하다. 주연은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추진해야 할 교육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이런 개혁 과제를 해나가는데 있어서 추동력은 국민의 뒷받침, 국민의 지지에서 나온다”며  “30%대 지지를 가지고는 그런 큰 개혁과제를 수행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6공시절, 노태우정권을 수립하고 두달 만에 총선이었는데, 과반수에서 25석이 모자라는 여소야대가 됐다”며 “그냥 있어선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당시 야당 총재인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총재 이런 분들과 끊임없이 물밑에서, 또 공개적으로 대화했고, 그랬기에 중요한 국사를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특히 비밀리에 DJ, YS와도 많이 만났기에 1년 10개월여 있다가는 3당 합당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안정적인 의석을 가지고 노태우 정부가 많은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 8∼9개월이 됐는데 여소야대라고 야당 탓만 하고 있어선 안 되고 스스로 쇄신해야 민심을 얻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정치를 그만둔지 20년도 더 지났고 여도 야도 아니지만 다만 이 나라가 잘 돼야 하기에 이 인터뷰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남북이 서로 ‘민족’개념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 이사장은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 대북 비밀특사로 북한을 수십차례 방문했고, 현재까지 우리 정부 공식 통일방안(‘민족공동체통일방안’,1994)의 기원인 1989년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입안한 당사자다.

 

윤석열정부는 올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주년을 맞아 ‘업그레이드 버전’ 즉, 2020년대에 맞게 보완한 수정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평소 통일 담론에서 ‘민족’개념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해 통일부 장관에 취임한 데 이어,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은 ‘민족’개념을 삭제하고 ‘자유통일’ 비전을 기재할 방안을 내놓으며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달 30일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국가간 관계’로 선언하고 ‘민족 관계’ 규정은 폐기하겠다고 ‘선수치듯’ 선언했다.

 

박 이사장은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가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민족’ 규정 폐기는 “폭탄선언”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나가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에게 핵이 없는 상황에서 태평양 건너 미국의 확장억제만을 믿을 수는 없다”며 “북한의 핵사용 후 미국이 북한을 초토화시킨다고 해도 이미 우리 민족의 참화는 엄청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핵폐기를 위해서 윤석열 정부가 끝까지 노력을 해야하고, 핵폐기시까지는 우리가 미국, 중국과 담판을 해서 자체핵개발·보유를 하거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을 영향력을 행사해서 핵을 폐기하도록 해야하는데 중국은 가만히 앉아서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며 한·중관계 개선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미국과 담판해서 동북아에 있어선 적어도 중국 견제용 MD체제를 완화하도록 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외교관계 맺는 걸 지원하며 핵은 폐기하도록 활로를 제시해야 한다”며 “중국이 이러한 활로를 북한에 설득하도록 중국과도 담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태우정부 말기에 북방정책이 퇴조하자 북한이 핵개발에 더 박차를 가했다”며 “북한이 70여년간 한반도 다른 반쪽을 통치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가운데, 공존을 전제로 교류·협력을 활성화한 뒤 장차 시간을 가지고 평화적 통일을 해나간다는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이 이를 믿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북한을 흡수통일하려 한다든지 붕괴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이뤄질 수가 없다”며 “붕괴되된다고 해서 우리에게 흡수되는 독일식 통일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동독이 무너질 땐 맹방인 소련도 같이 무너져 도와줄 곳이 없었고 동·서독은 전쟁 경험 없이 왕래도 가능했다”며 한반도 상황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친미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중국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6·25전쟁에서 보지 않았느냐“며 “한미동맹 강화는 좋지만 미국, 일본에 너무 편중해 중국을 소외시켜선 안 되며, 중국과도 잘 지내야 통일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