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3년 러시아의 영토 확장을 막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 오스만제국이 연합해 크림반도를 둘러싸고 전쟁을 벌였다. 오스만 연합국은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항구도시를 공략하면서 크림반도 남쪽 바라클라바라는 마을을 보급망으로 삼았고, 러시아는 포위망을 뚫기 위해 바라클라바를 쳐야 했다. 결국 러시아군과 영국군이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게 됐고, 이때 강추위로부터 병사들을 지키기 위해 머리부터 목, 귀까지 모두 감싸고 얼굴만 일부 내놓을 수 있도록 뜨개질로 만든 방한모자가 보급됐다.
이 모자는 마을의 이름을 따서 ‘바라클라바’라고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에는 뜨개질보다 보온성이 높은 양털, 합성소재로 만든 현대식 버전으로 진화했다.
전쟁터에서 군용 모자로 썼던 바라클라바가 2세기를 뛰어넘어 한파 속에 방한과 스타일을 모두 살려주는 겨울철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2018년 처음 패션 컬렉션에 소개되고 나이키가 알릭스 스튜디오 디자이와 협업해 블랙 컬러의 바라클라바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테러리스트를 미화한다’, ‘갱스터(gangster) 문화를 조장한다’며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SNS에 자주 등장하면서 바라클라바를 내놓는 브랜드들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바라클라바는 코트와 패딩 어떤 외투와도 잘 어울리는 데다 최근 소재나 패턴, 색상이 더욱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원조 격인 뜨개질 실 소재부터 캐시미어, 알파카, 울, 니트 등 좀 더 따뜻한 소재들이 적용되고 단추나 끈, 지퍼 등으로 디자인적인 요소도 강화되는 추세다.
‘르캐시미어’의 ’바라클라바 머플러’는 100% 캐시미어로 제작, 소재 본연의 부드러움과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모자 앞쪽을 접어 얼굴 사이즈에 맞게 조절할 수 있으며 원하는 스타일대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르캐시미어는 2022년 겨울 완판을 기록하자 2023 가을/겨울 시즌 물량을 2배 이상 늘렸다. 컬러도 기존 블랙, 카멜, 스카이블루 3종에서 올해 화이트 1종을 신규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구호플러스의 ‘버튼 포인트 바라클라바’는 포근한 니트 소재로 민트, 그레이 등 부드러운 컬러와 단추 소재로 포인트를 줬다.
빈폴액세서리의 ‘알파카 혼방 바라클라바’는 은은한 컬러로 출시돼 코트 같은 정장에 소화해도 멋스럽다. 가볍고 보온성이 우수하며 앞부분에 단추가 있어 쓰고 벗기가 편리하다.
좀 더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옷차림에는 ‘챔피온’의 바라클라바가 제격이다. 챔피온의 헤리티지를 살려 스포티(Sporty)하게 디자인한 유니섹스 제품으로 다양한 체형에도 어울린다. 챔피온 바라클라바는 한국 시장을 위해 독점 개발한 ‘SMU(SPECIAL MAKE UP)’ 제품으로, 출시 두 달 만에 전체 물량이 완판됐다.
양쪽 귀를 덮는 스타일로 ‘군밤 장수 모자’로 불리던 ‘이어플랩 캡’도 방한과 스타일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겨울철 잇템으로 인기다. 야구모자형뿐 아니라 버킷 햇, 비니 등 귀까지 덮는 다양한 스타일의 이어플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수지와 블랙핑크 제니, 방탄소년단(BTS)의 RM 등도 이어플랩을 착용한 사진이 SNS에 공유돼 눈길을 끌었다.
이어플랩 역시 니트부터 가죽, 스웨이드 등 다양한 소재에 따뜻한 털로 감싸줘 최고의 방한 아이템으로 손상이 없다. 귀덮개를 머리 위쪽으로 올리거나 탈부착 가능한 디자인도 있어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