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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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센티브 조건 무전공 입학 확대, 부작용 간과해선 안 돼

교육부가 올해 고교 3학년에 적용되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들이 선발 규모 등 세부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는 현재 123명인 자유전공학부를 학부대학으로 옮겨 400명 안팎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양대도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고 문·이과 상관없이 정원 내 250명, 정원 외 외국인 80명 등 총 330명을 선발하기로 확정했다.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 등도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교육부가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들이 무전공 선발에 속도를 내는 건 교육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 때문이다. 교육부는 많게는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할 때만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인센티브(총 4426억원)를 줄 방침이다. 대학별로 76억원에서 155억원의 예산을 준다니 현실적으로 외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가장 우려되는 건 대학들이 남은 시간 내에 무전공 1학년을 제대로 관리할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느냐다. 교양과목을 깊이 있게 가르칠 수 있는 교수 확보, 대학 차원의 전공 탐색 지원 준비가 부족해 학생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학생들이 본인 적성과 무관하게 성적에 끼워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 상위권 대학조차 의학 계열로 가겠다며 반수, 재수를 하려고 이탈하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이런 마당에 학생들이 무전공으로 입학해 1년간 다양한 분야를 탐색한 뒤,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전공을 고르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대학 내 학과 간 칸막이를 허물고,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미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게다.

하지만 2학년 때 아무런 허들 없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 원하는 학과에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의 중도 이탈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높다. 이른바 ‘문사철’(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등 취업난을 겪는 학과는 학생들의 외면을 받아 폐과 위기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취지와 달리 무전공이 인기 학과 진입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교육부와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