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서 ‘갑질 의혹’이 제기된 학부모의 교사와 누리꾼을 상대로 한 고소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이 학부모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또 다른 ‘고소·고발’ 확대를 우려한 듯 취하해 달라는 취지로 호소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안산 단원경찰서에 보낸 의견서를 공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제목을 포함한 1600여자 의견문에서 조 교육감은 우선 “서이초 사건에서 ‘연필 사건’이 부각되면서 이 사건과 연관된 학부모가 가해자인 것처럼 인식됐던 저간의 사정이 그 학부모로 하여금 이런 고소를 하게 했다고 생각한다”며 “학부모의 애로도 이해한다”고 밝혀뒀다.
앞서 지난해 7월 숨진 서이초 교사가 맡던 학급의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을 말한다. 학부모들 연락으로 고인이 괴로움을 겪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 수사에서 학부모의 지속적 괴롭힘이나 폭언·폭행·협박 등 범죄 혐의점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학부모는 누리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부모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피소된 현직 교사 A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달 28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사건의 상처를 다시 들추는 상황이 돼 여파가 끝나지 않을 것을 조 교육감은 우려했다.
조 교육감 글에 따르면 A씨는 경찰에서 ‘교사가 학교에서 사망한 경위가 묻히면 안 된다는 인식만 있었을 뿐, 학부모를 비방할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조 교육감은 “서이초 교사 죽음을 둘러싼 사건에 대해 격정적인 표현이 있더라도 그것을 특정 학부모 공격, 비난, 의도적인 명예훼손 의도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학부모가 고소를 취하해 서이초의 아픔을 과거의 기억으로 만드는 게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교권 4법’ 제정으로 서이초 사건 일단락 국면에서 다시 상처를 들추는 것은 또 다른 고소와 고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킬까 걱정된다는 얘기다. 이를 강조하듯 조 교육감은 “우리 사회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개인의 자유와 명예가 훼손됐을 때 이를 보완하는 다양한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며 “하지만 최근의 현실을 볼 때, 그 반작용이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현실도 왕왕 있다”고 말했다.
서이초 사건 국면에서 ‘불리한 공격’을 받았다고 학부모가 생각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그에 따른 ‘합리적 행동’이 오히려 공동체 회복을 더디게 하고 교육현장의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조 교육감의 생각이다. 불리한 공격은 게시글 등을, 합리적 행동은 해당 학부모의 고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교육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체들의 권리는 다양할 수 있지만 지향점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으로 통할 거라며, “경찰도 조사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을 내려 이 사건을 처리해주길 소망한다”고 부연해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