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서이초 학부모’의 교사·누리꾼 고소에…조희연, “취하해달라” 선처 호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안산 단원경찰서에 의견서 제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서 ‘갑질 의혹’이 제기된 학부모의 교사와 누리꾼을 상대로 한 고소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이 학부모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또 다른 ‘고소·고발’ 확대를 우려한 듯 취하해 달라는 취지로 호소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안산 단원경찰서에 보낸 의견서를 공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제목을 포함한 1600여자 의견문에서 조 교육감은 우선 “서이초 사건에서 ‘연필 사건’이 부각되면서 이 사건과 연관된 학부모가 가해자인 것처럼 인식됐던 저간의 사정이 그 학부모로 하여금 이런 고소를 하게 했다고 생각한다”며 “학부모의 애로도 이해한다”고 밝혀뒀다.

 

앞서 지난해 7월 숨진 서이초 교사가 맡던 학급의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을 말한다. 학부모들 연락으로 고인이 괴로움을 겪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 수사에서 학부모의 지속적 괴롭힘이나 폭언·폭행·협박 등 범죄 혐의점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학부모는 누리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부모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피소된 현직 교사 A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달 28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사건의 상처를 다시 들추는 상황이 돼 여파가 끝나지 않을 것을 조 교육감은 우려했다.

 

조 교육감 글에 따르면 A씨는 경찰에서 ‘교사가 학교에서 사망한 경위가 묻히면 안 된다는 인식만 있었을 뿐, 학부모를 비방할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조 교육감은 “서이초 교사 죽음을 둘러싼 사건에 대해 격정적인 표현이 있더라도 그것을 특정 학부모 공격, 비난, 의도적인 명예훼손 의도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학부모가 고소를 취하해 서이초의 아픔을 과거의 기억으로 만드는 게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교권 4법’ 제정으로 서이초 사건 일단락 국면에서 다시 상처를 들추는 것은 또 다른 고소와 고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킬까 걱정된다는 얘기다. 이를 강조하듯 조 교육감은 “우리 사회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개인의 자유와 명예가 훼손됐을 때 이를 보완하는 다양한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며 “하지만 최근의 현실을 볼 때, 그 반작용이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현실도 왕왕 있다”고 말했다.

 

서이초 사건 국면에서 ‘불리한 공격’을 받았다고 학부모가 생각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그에 따른 ‘합리적 행동’이 오히려 공동체 회복을 더디게 하고 교육현장의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조 교육감의 생각이다. 불리한 공격은 게시글 등을, 합리적 행동은 해당 학부모의 고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교육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체들의 권리는 다양할 수 있지만 지향점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으로 통할 거라며, “경찰도 조사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을 내려 이 사건을 처리해주길 소망한다”고 부연해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