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故) 김문기·백현동 특혜 의혹 발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아 재판을 진행해온 강규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사직서 제출 후 온라인에서 자신을 겨냥해 쏟아진 일방적인 비난을 의식한 듯 한 단체 대화방에서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강 부장판사와 서강대 법학과 동기인 최진녕 변호사는 9일 MBN ‘뉴스와이드’에서 ‘새로운 판사를 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왜 사표를 냈는지 법조계에서 혹시 이야기가 나오나’라는 앵커 질문에 같은 날 오전 법학과 동기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강 부장판사가 글 하나를 올렸다고 우선 언급했다. 이어 “공부도 잘 하고 법조인 역량도 충분하다”며 강 부장판사를 소개한 최 변호사는 ‘저는 2월19일에 명예퇴직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강 부장판사의 글을 읊었다.
강 부장판사는 글에서 “주요 일간지에 난대로 저는 2월19일자로 명에퇴직한다”며 “상경한지 30년이 넘었고,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마인데, 결론을 단정 짓고,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하니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제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원…”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호남 출신인 점을 들어 정치적 성향을 섣불리 결론짓고 고의 재판 지연을 위해 사직서를 낸 것 아니냐던 누리꾼들의 비난을 강 부장판사가 받아친 것으로 해석됐다.
강 부장판사는 내달 초에 있을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최근 사표를 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관련 재판은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심은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이전 재판 선고가 내려진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판결하도록 규정한다. 법 위반으로 재판을 개시하면 1년 안에는 마무리하라는 얘기다.
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조항과 ‘모든 국민은 신속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가진다’던 헌법을 언급한 후, “재작년 9월 기소되고도 지난해 10월이 되도록 1심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조금 더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됐다면 증인이 50여명이어도 훨씬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인이 50명이 넘는데 어떻게 하느냐로 비친 강 부장판사 글에 대한 친구로서의 의견으로 보였다.
앞서 2022년 9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장을 맡아 심리를 진행해온 강 부장판사 사직으로 사건 심리는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재판부 구성이 변경되면 후임 법관의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한 공판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한다. 후임 법관이 앞선 재판 기록을 모두 다시 살펴봐야 해서, 올해 4월10일로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전에 선고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