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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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증가이면..은퇴한 노인은 늘고 한창 일할 20대는 감소, 기형적 구조

폐지줍는 노인, 전국 4만 2000여명 달해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가 30만명대로 늘었다.

 

이는 80만명 넘게 급증했던 2022년보다는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수치로, 그나마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 기뻐할 일은 아닌듯하다.

 

평생을 일하다 은퇴한 노인들의 취업이 크게 증가하고 한창 일할 20대들은 되레 감소하는 기형적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41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2만7000명(1.2%) 늘었다.

 

연간 취업자 수는 2022년에는 81만6000명 늘어 2000년(88만2000명) 이후 22년 만의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핵심인 제조업 취업자 수가 지난해 4만3000명 줄어드는 등 2020년(-5만3000명) 이후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는 작년 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화학·전자제품 분야의 취업자가 줄은 탓으로 분석된다.

 

또 도소매업에서도 3만7000명 줄었다. 부동산업(-1만8000명), 건설업(-9000명) 등도 줄었다.

 

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는 14만3000명 늘었다. 돌봄 수요의 증가와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단순 직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도 11만4000명 증가했는데 취업의 질이 그만큼 낮아진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운데 노인들이 주로 몰리는 저임금 단순 노동하는 일자리 증가세가 눈에 띈다.

 

취업자 수는 60세 이상에서 36만6000명 늘었고 은퇴를 앞둔 50대도 5만9000명이나 됐다.

 

반면 청년층(15∼29세)에서는 9만8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6.5%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또 가정을 이끄는 40대에서도 취업자 수가 5만4000명이나 줄었다.

 

다행히 30대에서는 5만4000명 정도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실업자 수는 78만7000명으로 4만6000명 줄었다. 실업률은 2.7%로 0.2%포인트 하락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20만4000명으로 이중 '쉬었음'이 7만4000명이나 늘었다. 그냥 쉬었다는 이들은 30대(1만3000명), 청년층(1만1000명) 등에서 늘었다.

 

통계청 서운주 사회통계국장은 “돌봄 수요의 증가와 일상 회복에 따른 외부 활동 증가 등으로 취업자 증가세가 3년 연속 계속됐다”면서도 “제조업·건설업 등에서는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첫 실태조사 결과 전국의 폐지수집 노인이 4만2000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지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세로 월 16만원을 벌어 소득수준이 다른 노인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잘 28일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첫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 6월부터 폐지 수집 노인 1035명을 직접 만나 일대일 조사를 실시한 결과 폐지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세로 남성이 57.7%로 더 많았다. 75세 이상이 57.8%, 80세 이상도 30.4%를 차지했다. 독거 가구가 36.4%를 차지하며 학력은 중졸 이하가 85.1%였다.

 

이들이 폐지수집을 하는 목적은 '생계비 마련'이 54.8%로 가장 많았으며 '용돈을 벌기 위해'가 29.3%, '건강 관리' 이유는 9.1%로 나타났다.

 

폐지수집 노인들은 일주일 평균 6일 하루 5.4시간 폐지수집을 통해 월 15만9000원을 벌었다. 하루 평균 수입은 6225원, 시간당 수입은 1226원으로 최저임금의 13%에 불과했다.

 

연금이나 기초생활급여 등을 포함한 월 평균 개인소득은 74만2000원으로 전체 노인(129만8000원)의 57%에 그쳤다.

 

93.2%는 소득 하위 노인 70%에 지급되는 기초연금 수급자였으며 국민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을 받는 사람이 24.9%였다. 12.7%는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았다. 주요 소득원은 약 절반인 49.9%에 기초연금이었으며 폐지수집 활동으로 얻는 소득은 15% 정도였다.

 

이들은 85.9%가 경제활동 경험이 있었으며 평균 기간은 23.7년이었다. 경제활동을 중단한 이유로는 39%가 '건강 악화'라고 답했으며 26.1%는 '해고·명예퇴직 등', 13.6%는 '근로 환경 불만족'을 꼽았다.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47.3%가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9%는 현재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는 폐지수집이 익숙하고 현금 수입과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응답자 88.8%는 향후 폐지수집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