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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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건축기간 단축’ 공급 확대 필요하나 시장과열 경계해야

안전진단 없이 95만 가구 공급
빌라·미분양 매입 때 세부담 경감
투기·전세난 없도록 신중 기하길
정부가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사진은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모습. 뉴시스

정부가 30년 이상 된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 단축되고 향후 4년간 95만 가구의 재건축·재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정비작업도 속도가 붙어 2030년 첫 입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규제의 대못을 뽑아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우리 주택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급등이 반복돼 온 게 현실이다. 지난해 1∼11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년 전보다 37%, 착공도 52% 격감했다. 문제는 집 지을 땅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후주택지구를 재개발해 신규택지로 활용하는 것 빼곤 달리 묘안이 없다. 서울의 경우 30년 이상 주택이 54%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대통령 임기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당초보다 3배 정도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사업성이 떨어지면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에 주택 수요를 자극하려는 진작책이 담긴 까닭이다. 정부는 향후 2년간 준공된 신축빌라·오피스텔을 매입하거나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을 살 경우 취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보유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 징벌 과세는 잘못”이라며 중과세 철폐의사도 밝혔다. 단기등록 임대사업제도가 부활하고 공적 부동산프로젝트 대출(PF) 보증 25조원도 공급된다.

중요한 건 이번 대책이 법 개정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와 선택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시키겠다”고 했다. 야당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국민 삶의 질 개선 차원에서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 물론 4월 총선을 앞두고 건설사에 일감을 주고 건설경기도 띄우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자칫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이 올해 예상되는 금리 인하 흐름과 맞물려 투기 자극과 집값 과열을 부추기고 전세대란을 유발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우려와 비판을 불식할 수 있도록 이번 대책을 신중하고도 정교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