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은 “어느 누구도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게 광주 (지역) 정치의 철학”이라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지역 민심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10일 KBS 광주방송총국의 신년 기획 ‘2024 호남의 미래를 묻다’에 출연해 “경선을 뚫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하면 어느 이익단체도 화나게 하면 안 된다로 (분위기가) 되어버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대구·경북도 똑같다”며 “대중의 삶을 낫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가 (정치인들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 총선거 등을 앞두게 되면 오로지 당선이라는 목표만 좇아가고 그 과정에서 지역민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정치권에 확산한다는 이 위원장 생각으로 해석된다. 이는 ‘제가 하고자 하는 신당에서는 위기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표 떨어지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겠다’던 지난달 국민의힘 탈당 기자회견에서의 그의 발언과 같은 궤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외부인으로서 광주를 바라보면 (이곳에서는) 민주당이 제1당이기 때문에 경선에서 (낙선과 같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불편한) 문제는 꺼내지 않는 게 좋다는 게 문화가 됐다”며 “(개혁신당과 같은 신당에는) 이런 것이 큰 기회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광주와 전남이 민주당의 정치적 근거지로 불리는 가운데, 주민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게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정치인들 자세라는 진단이기도 하다.
이 위원장은 진보당과 정의당이 호남에서 ‘제2당’ 역할을 하지만 전국 단위로 확대하면 3당에도 위치하기 어렵다며, 개혁신당이 호남의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2당의 자리에 오를 수 있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과거 국민의힘 대표 시절 추진하지 못했던 호남 관련 정책을 공약 테이블에 올리겠다면서, 이 위원장은 “시장, 군수, 지사에 국회의원까지 다 차지한 민주당이 광주 공항 이전 문제를 둘러싼 갈등 하나 조정 못하는 건 굉장한 정치 위기를 방증한다”고도 강조했다. 광주 민간·군 공항의 무안국제공항 통합·이전을 위한 광주시와 전남도의 노력에 정치권과 지역사회 등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 목소리를 개혁신당이 내보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군 공항 이전을 무안군이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호남고속철도 2단계 개통 시기인 2025년 말까지 민간 공항도 무안공항으로 옮기겠다고 양 시도가 지난해 말 밝힌 상황에서 올해가 공항 이전 논의의 골든타임이라는 인식이 호남에 확산한다. 무안공항 활성화는 목포 등 전남 서부권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양 시·도, 무안군 뿐 아니라 인근 지자체 소속 정치인과 단체장, 지역사회 구성원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개혁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호남 지역 인물을 논하는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제3지대가 구성된다고 한다면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고 했었다’며 이용섭 전 광주광역시장을 슬쩍 언급했다. 앞서 이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KBS광주전남에 나와 “국내 정치가 극단적인 양당체제로 그 폐해가 극에 달한다”며 “정치가 갈등과 분열을 해결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제3지대 신당’ 필요성을 주장했다. 같은 달 광주에서 열린 이 위원장 북콘서트 축사를 놓고서 이 전 시장은 “여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하며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 격려 의미로 축사를 했다”며 “혁신적인 신당이 나와야 한다는 데 대해 생각이 같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젊은 세대에게 기회 주는 정치’가 호남 지역민들의 공통된 요구일 거라고 짚었다. 그는 ‘호남에서 몇 석을 희망하나’라는 질문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와주시면 당당히 제2당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며 “비례대표 당선이 아니라 지역구 당선자를 꼭 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호남의 비전은 (신당의) 의석이 1~2개라도 있어야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큰 당의 대표로 있을 때는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광주 관련 문제를 테이블에 올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꼭 의석이 필요하다”고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나아가 “민주당이 그리는 미래와는 다른 다양한 형태의 미래는 의석이 많으면 많을수록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남의 비전이 주된 내용이었던 이날 방송에서 이 위원장은 ‘대표격이 아닌 정강정책위원장을 맡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초반 질문에는 “제가 내일 사라져도 운영될 수 있을 정도로 (당은) 조직화되어야 하고 사당이 되면 안 된다”며 “천하람, 이기인, 허은아 등 동지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이 위원장은 “사람이 한 번 (높은 곳에) 올라가면 내려오지 못한다”며 “대부분 정치인들이 그걸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