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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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단체 “아동학대 증거로 ‘수업 녹음’ 불인정 판결 환영… 수업 녹음 근절돼야”

대법원에서 교실에서 몰래 녹음한 교사의 발언은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온 데 대해 교원단체가 “마땅한 판결”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1일 “(대법원의 판결은) 학부모 등에 의한 교육활동 무단 녹음 행위와 유포는 명백히 불법임을 밝힌 마땅한 판결”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이날 대법원1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를 신고한 학부모는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음했고 이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판에서는 몰래 녹음된 내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1·2심 법원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밝혔다.

 

교총은 “현재 교원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학부모들의 무단 녹음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다. 유명 웹툰 작가 측이 교실 수업을 무단 녹음해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자녀의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고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을 이용해 수업 중인 교사,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단 녹음, 실시간 청취하고 SNS에 공유하는 사례도 발생해 논란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원들은 언제든지 본인의 발언이 녹음되고 유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겪고 있고, 향후 협박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교총과 현장 교원들의 탄원 내용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며 “수업 등 교육활동 중 불법 녹음, 유포 행위 등을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대법원

교총은 또 “교원은 법령에서 금지한 아동학대 행위를 결코 해서는 안 되며, 만약 그러한 행위를 했다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불법 도청이 횡행하고 교사가 감시당하는 교실에서는 어떠한 교육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실 내 아동학대 여부에 대해서는 녹음이 아니라 합리적 민원 절차, 교육청의 사안 조사 등 합법적이고 교육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은 “무단 녹음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행위는 중대 교권침해로 엄벌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가해자를 무고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추가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