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더불어민주당을 떠났다. 이 전 총리의 탈당이 민주당 분열의 신호탄이 될지, 단결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날 이 전 총리의 탈당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 129명은 공개 성명을 통해 이 전 총리의 탈당을 만류했다. 민주당 의원 중 30여명을 제외한 이들이 이름을 올린 셈이다. 이들은 “이 전 대표는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지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이자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였다”며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한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 탈당 기자회견 이후 민주당에선 일제히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낙연의 속셈은 무엇일까. 민주당을 박차고 떠났으니 민주당 정반대 방향으로 행군할 것”이라며 “낙석연대(이낙연·이준석 연대) 경유해서 최종 목적지는 국민의힘 쪽에서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그의 깊은 뜻은 아닐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 중진인 우원식 의원 역시 입장문에서 “온갖 미사여구로 탈당과 분열을 포장했다. 그러나 그 말에 대의는 없고 소의만 있었다”고 혹평했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에서도 이 전 총리 탈당에 대한 비토는 이어졌다. 민주당 광주·전남 선출직 공직자 일동은 “이 전 대표가 건넌 강은 민심을 거스르고, 대의를 훼손하는 것이기에 우리 광주·전남 선출직 공직자 일동은 안타깝고 분노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작금의 상황에서 야권 분열은 김대중 정신과 어긋나는 길이며, 민주당 정신을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막내아들인 김홍걸 의원도 “‘김대중 정신이 실종’됐다는 이낙연 대표님, 정작 김대중 정신을 저버린 분은 대표님 본인”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친낙(친이낙연)계란 평가를 받던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다는 걸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악의 윤석열 정권과 싸워 이겨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최고 가치는 총선 승리다. 분열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단은 민주당이 ‘원보이스’로 이 전 총리 탈당을 규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이 공천관리위원회를 띄우는 등 공천 작업에 시동을 걸면서 소속 의원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터다.
이낙연 신당 실무 작업을 맡고 있는 신경민 전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이와 관련해 “전부 다들 지금 지역구하고 중앙당의 (공천 관련) 기류를 살피느라고 정신들이 없다”며 “그렇게 따지면 신당에 합류할 인사들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하나도 없다, 넘어갈 사람 없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의원의 추가 합류 가능성에 대해 묻자 “정치인 거취에 대해서는 남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며 말을 아꼈다.
원칙과상식·이 전 총리 연쇄 탈당 이후 민주당의 분열 가속화 여부는 결국 이재명 대표의 선택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실장은 현 민주당의 상황을 “친명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더 단결할 거고 중도적인 사람들은 그냥 관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 대표가 ‘관망하는 의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단결의 성패를 좌우할 공산이 크단 것이다. 윤 실장은 이 대표가 택할 수 있는 조치로 “통합력을 강화하는 통합적 선대위 조기 구성, 그 정반대로는 윤석열정부, 외부의 적과 싸워서 통합력 강화를 시도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피습 사건 이후 8일 만인 전날 서울대병원을 퇴원해 현재 자택에서 치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