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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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몸에 장착 로봇·그린수소… 신세계 열 혁신 테크 [뉴스 인사이드-미래 유망기술 전망]

똑똑해진 AI 활용분야 전방위로
비서 역할 넘어 신약 설계·엔지니어링
스스로 오류 점검 ‘AI 증강 개발’ 발달
“2026년 기업 80%가 AI 앱 활용 관측”

인류 더 건강하게, 환경 푸르게
비만치료제·뇌 이식 전자칩·유전자가위
車배터리 탄소 배출 없이 재활용 기술
AI 데이터센터 에너지배출 절감도 숙제

디지털 전환 사무실 ‘증강 근로자’
스마트안경·AR·VR 활용 업무효율 업
빠른 연산 ‘양자기술’ 국가별 선도경쟁
반도체 ‘꿈의 소재’ 그래핀·보로핀 주목

지난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사회 전반에 많은 것을 달라지게 했다. 업무 효율을 높이고, 건강 관리에 도움을 주며, 작곡과 같은 전문영역에서의 창작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렇게 신세계를 열곤 한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현재진행형이다. 사회와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과 아이디어들이 생겨나고 고도화하고 있다. 미래 어떤 기술이 유망할 것인지 알아봤다. 미 정보기술(IT) 자문기관 가트너와 세계경제포럼(WEF),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의 보고서를 참고했다.

◆AI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한 기술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AI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AI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고,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생성형 AI는 앞으로 훨씬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 AI는 지금도 텍스트, 이미지 생성, 음성, 음악 작곡, 예술 창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 향후 신약 설계나 건축, 엔지니어링 등 분야에도 깊숙이 자리할 수 있다.

AI 증강 개발 기술이라는 것도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애플리케이션(앱)을 설계하거나 코딩 작성 후 점검하는 생성형 AI나 머신러닝 AI 적용 도구를 말한다. 오류가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점을 제안할 수 있다.

지능형 앱은 쉽게 말해 AI를 기반으로 한 앱이다. 챗봇이나 가상비서, 이커머스 개인화 추천 등이 이에 해당한다. AI가 사용자 행동을 학습해 맞춤으로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가트너는 2026년까지 80% 이상의 기업이 생성형 AI 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및 모델을 사용하거나, AI 지원 앱을 배포할 것으로 예측했다.

AI의 확산은 개인정보 침해나 혐오 조장 등 부작용 위험도 키운다. 이 때문에 AI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한 기술인 ‘AI TRiSM’이 주목받고 있다. AI TRiSM이란 신뢰성(Trust)과 위험(Risk), 보안(Security), 관리(Management)를 포괄한 개념이다. 데이터 보호 정책과 데이터 및 콘텐츠 이상 감지 기술, AI의 결정 과정과 결과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설명 가능한 AI’ 기술, AI 보안 솔루션 등이 앞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치료체·몸에 심을 수 있는 장치들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기술들은 고금을 막론한 연구과제다.

최근 전 세계 이목을 끄는 기술은 비만치료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최근 발표한 ‘2024년 10대 혁신기술’에는 비만치료제가 포함됐다. 비만치료제는 지난해 사이언스가 선정한 10대 혁신기술에 포함되기도 했다. 비만치료제는 주로 인슐린 분비 촉진과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기반으로 한다. 당뇨병약으로 개발됐으나 체중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는 등의 부작용은 앞으로 극복해야 한다.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차세대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공간 오믹스와 유연한 신경 전자장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오믹스란 전체를 뜻하는 말인 ‘옴’과 학문을 뜻하는 접미사 ‘익스’를 결합한 말이다. 공간 오믹스는 인간 세포 및 소세포 수준에서 분자 정보를 식별하고 분석하며 전체 반응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질병의 진행과 치료 등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분자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어 제약 및 생명공학에서 주목하고 있다.

유연한 신경 전자장치는 인간의 뇌 조직과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 뇌에 이식할 수 있는 전자장치다. 뇌의 신호를 외부 컴퓨터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소프트로봇이라는 것도 있다. 사람의 피부나 몸 안에 장착할 수 있는 소재와 형태의 로봇이다. 현재는 손상된 부위를 자가치유하는 로봇이나 4D 프린팅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이 밖에 DNA를 잘라내고 교체해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과 RNA를 기반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질병을 치료하는 RNA 활용 기술, 세포 재생 능력을 복원해 노화를 방지하는 세포 역노화 기술, 합성생물학을 적용해 필요한 단백질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만드는 미생물공장 등이 미래 유망 기술로 꼽힌다.

◆전기 생산·AI 이용 시 탄소배출 줄이기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린수소 기술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지하 4000∼5000m에서 지열·지하수로 전기를 만드는 심부지열발전 등도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진전을 보인다. 전기차의 대중화로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수명을 늘린 새로운 배터리 개발 못지않게 배터리 재활용도 중요해졌다. 배터리 재사용과 사용이 종료된 배터리에서 코발트와 니켈, 알루미늄 등 금속소재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데 이르는 과정이 재활용에 해당한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도 에너지비용과 탄소배출 절감 방식이어야 한다. KISTI는 “사용 후 배터리의 전주기적 관리를 친환경적이고 인체 무해한 형태로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AI의 지속가능한 사용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픈AI의 GPT-3 학습을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는 미국의 일반 가정이 1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만큼의 양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데이터센터 서버를 비전도성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 기술이나 인프라 분산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이 외 도시와 환경 개선을 위한 스마트 시티와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친화적 기술을 사용하는 그린테크,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3%를 차지하는 항공의 배출량 감소를 위한 항공연료 등의 등장이 기대된다.

◆미래 업무 방식도 변할까

디지털 전환의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이 변화할 수 있다. ‘증강·연결된 인력’이 한 예다. 스마트 안경,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디지털 도구를 근로자에 지원해 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장에서는 AR가 필요한 제조 과정이나 부품 선택을 안내해 보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증강·연결된 인력과 비슷하지만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기계고객’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문하도록 한다. 실제로 아마존은 생활가전업체들과 제휴해 제품이나 소모품이 소진됐을 때 기계가 자동으로 주문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웨어러블 식물 센서가 보편화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온도와 습도, 수분, 영양 수준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는 작은 장치를 농작물에 부착해 데이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

양자 기술은 미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는 기술로, 각국 정부가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자센서와 양자광학, 양자컴퓨터, 양자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가능해 파급효과가 크다. 상용화하면 현재의 슈퍼컴퓨터보다 수만배 빠른 연산이나 절대 뚫리지 않는 보안 등 지금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해진다.

신소재로는 보로핀과 그래핀을 주목하고 있다. 그래핀은 벌집 격자 패턴으로 결합한 탄소 원자 시트로, 전도체이며 유연하다는 특징을 가진 물질이다. 보로핀은 그래핀보다 높은 강도와 유연성, 전도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용될 수 있는 꿈의 소재라는 평가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