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되는 세계/앨런 말라흐/김현정 옮김/사이/2만3000원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2020년에 감소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농촌인구의 감소에 대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지만 이젠 도시 인구 감소도 피할 수 없다. 2002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85개 도시 중 31곳의 인구가 줄었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 인구는 2008년에 1억2800만명을 약간 웃도는 수치로 정점을 찍은 후 약 200만명이 감소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인구 감소는 농촌 거주 인구 감소의 문제로 다뤄졌고, 여전히 도시는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일본의 정치인 겸 연구자인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발표한 연구에서 2040년이 되면 일본 지자체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약간 과장된 결과이긴 하지만 실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인구 15만명이 넘는 일본 도시 중 절반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계속 인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50년이면 중국의 인구가 지금보다 1억5000만명 줄어들고, 2100년 인구는 2020년의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중국에서는 2000년부터 2019년 사이 500개가 넘는 도시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이런 공통적인 도시 인구의 감소는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면 얼핏 다행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인간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변화의 조짐이라고 앨런 말라흐는 경고한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3개 국가 외에도 많은 국가에서 인구가 줄고 있다. 영원히 늘어날 것 같았던 지구촌의 인구 증가 추세는 이제 정점에 다가가고 있다. 저자는 그간의 전문가 집단 연구를 토대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11억명에서 20억명 정도 증가할 수는 있지만, 이는 대부분 사하라사막 남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대부분의 국가는 인구 증가율이 둔화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의 감소는 주택 수요의 감소와 이에 따른 주택 시장 붕괴,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소비 감소와 생산성 감소, 이로 인한 디플레이션과 자본 투자 감소 등을 부르며 세계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전환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팽창 세계’가 이제 ‘축소되는 세계’로 바뀌려 하고 있다는 얘기다.
빠르게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은 이런 인구감소 문제를 다른 선진국보다 먼저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더 충격적인 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국가가 추진하는 출산장려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출산장려책은 인구 감소를 늦출 순 있지만 대세를 거스르진 못할 것이란 진단이다. 이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는 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인구도, 도시도, 경제도 지금 세계는 모든 것이 축소되고 있다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