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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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 ETF 승인에도… 비트코인 투기자산 논쟁 여전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 등
“투기자산 유지”… 출시 계획 일축
일각 “제2의 금 될 것” 장밋빛 전망

금융당국도 ‘투기자산’ 입장 유지
“선물 ETF는 따로 규제 안 해” 밝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승인됐지만 비트코인을 둘러싼 투기자산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을 투기자산으로 보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비트코인 선물 ETF만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확정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 첫날(현지시간 11일) 거래액이 6조원에 달했지만 일부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을 투기자산으로 보는 입장을 유지하며 현물 ETF 출시에 거리를 뒀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를 비롯해 메릴린치, 에드워드존슨, 노스웨스턴뮤추얼 등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뱅가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이 주식과 채권, 현금과 같은 자산군에 초점을 맞춘 우리 금융상품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크고 자금세탁, 범죄수익 등에 쓰이는 등 투기자산에 가깝다는 것이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도 X(옛 트위터)에서 “투기꾼이 베팅할 수 있는 방법이 11개 더 생겼다”며 “비트코인 자체가 금처럼 실생활에 활용도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와 달리 비트코인의 발행량이 2100만개로 한정돼 있고 국가에 통제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 자산이라는 점에서 이번 ETF 출시로 비트코인이 제2의 금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은 20년 전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금 현물 ETF인 GLD와 비교 가능하다”며 “금과 비트코인 모두 채무 기반 자산이 아닌, 자체적으로 가치 저장 기능을 수행하는 통화 자산이며 ETF를 통해 제도권 자금의 투자 접근성이 높아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당국은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증권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증권사에서 중개해 거래되고 있는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따로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 승인 직후 요동치고 있다. 지난 11일 4만8969달러(업비트 기준 6677만원)로 2021년 12월 이후 최고가를 찍은 비트코인은 지난 13일 오전 7시쯤 4만1941달러(5820만원)로 떨어지며 14% 급락했다. 이후 이날 오전 3시 기준 4만2000달러(5800만원)선을 유지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