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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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고령사회 뇌졸중 진단·치료시스템 필요

2024년 말이 되면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뇌졸중은 그중 대표적 노인성 질환이다. 평생 4명 중 1명이 경험할 만큼 흔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그 후유증이 평생 남을 수 있어 성인 장애 원인 1위다. 사망률 4위의 치명적인 질병이기도 하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

2023년 한국뇌졸중등록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뇌경색 환자 중 25%는 혼자 거동이 어려운 정도의 심한 후유장애가 남은 상태로 퇴원한다. 남은 75% 중에서도 60%는 혼자 걸을 수는 있으나 후유장애는 남는다. 뇌졸중 발생 전과 같은 생활은 어려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 중 60세 이상이 84.6%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뇌졸중 환자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초고령사회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뇌졸중이 생기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고, 뇌졸중이 생기면 빨리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뇌졸중 예방은 이론적으로 최대 90%까지 가능하다. 단, 뇌졸중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 흡연, 음주, 비만을 열심히 관리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러나 위험인자를 진단받고 치료하는 비율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고혈압 환자 중 70%가 약을 복용하고, 당뇨병 환자 61%가 약을 복용하지만 조절이 잘되는 사람은 25% 정도에 불과하다. 고지혈증 역시 55% 정도만 약을 복용한다. 새해가 되어 금연, 금주를 결심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위험인자 조절이 쉽지 않은 만큼 뇌졸중 90% 예방은 이론일 뿐, 현실화하기는 사실 어렵다는 말이다.

예방이 어렵다면 다음은 빠른 진단과 치료다. 노인들이 정기검진 등을 통해 뇌졸중을 빠르게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여기에 더해 골든타임 내 치료를 위한 전국적 뇌졸중 치료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골든타임 내 치료가 가장 중요한 뇌경색은 증상 발생 4.5시간 내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투약해야 하고, 큰 대뇌혈관이 막힌 경우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빨리 받아야 후유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빠르게 치료할수록 그 치료 효과는 크며, 평소대로 회복될 가능성도 커진다. 노인 인구가 많지만 의료시스템이 취약한 전남, 경남, 전북, 강원 등의 지역에 뇌졸중센터의 충분한 확보가 필요하다.

뇌졸중센터가 확보돼도 골든타임 내 병원을 방문하지 않으면 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니, 뇌졸중 증상 인지가 어려운 독거노인을 위한 건강관리 시스템 또한 병행돼야 한다.

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72%가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살고, 죽는 부분도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년을 맞이하여 잘 살고 싶다는 소망이 담긴 답변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이 현실화하는 2024년, 뇌졸중 치료시스템이 단순 사망률 감소를 넘어 후유장애 최소화에 맞춰져야 하는 시스템으로 변모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