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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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동훈 “與 귀책사유 재보선 후보 안 내”, 총선용 그쳐선 안 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정치개혁을 위한 특권포기 방안으로 국민의힘의 귀책사유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국민의힘의 귀책, 그러니까 형사처벌이나 선거법 위반으로 재보궐이 이뤄진 경우에 있어서는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금고형 이상 형 확정 시 세비 반납 공약에 이은 한 위원장의 세 번째 정치개혁 약속이다.

한 위원장 발언은 오는 31일 기초의원 2명의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대구 중구 가선거구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한 국민의힘 비대위의 결정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한 명이 자신과 아들 명의로 구청과 수의계약을 맺어 제명된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선거 원인을 제공했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한 뒤 다시 출마시켰다가 야당에 참패한 바 있다. 한 위원장 약속을 계기로 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보들에게만 공천장을 주는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제 역할은 하지 못하면서 온갖 특권을 누리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는 점에서 한 위원장이 잇따라 정치개혁 화두를 던지는 건 바람직하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 등 정치개혁 어젠다는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한 위원장의 정치개혁 선언들도 총선용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집권여당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과감한 실천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불체포특권 포기나 ‘세비 반납’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법의 정치화가 극심해지면서 불체포특권 등의 폐해에 대한 국민적 원성이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헌법 개정 등 입법 절차가 필요한 사안이다. 서둘러 그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여야가 뜻을 모아야 한다. 불체포특권 등 각종 특권 남용에 가장 책임이 큰 민주당도 동참해야 마땅하다. 특권은 축소하고 책임은 강화하는 쇄신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유권자가 4·10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