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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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육지도… 2023년 한반도 가장 더운 해로 기록

일 최고기온 평균 19.2도 나타나
최저기온도 8.9도 달해 역대 최고
폭염일 14일로 평년보다 3일 많아
연 강수량은 1746㎜… ‘역대 3위’

지난해 대전 동구 ‘대청호 벚꽃축제’는 벚꽃이 떨어지는 4월7일에 열렸다. 이상기온으로 벚꽃 개화 시기가 당겨진 데다 봄비까지 내린 탓이었다. 축제를 주관한 동구청은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는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활용한 구호를 내걸고 동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공무원이 길거리 홍보까지 나서 화제가 됐다. 또 해수 온도 상승으로 동해에서는 오징어를 찾기 힘들어졌고, 따뜻한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참치(다랑어)가 주변 해역에 출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상청이 16일 발표한 기후 특성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육지와 바다 모두 손꼽히게 뜨거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도 지난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꼽혔다. 지난해 한국 연평균기온은 13.7도로, 각종 기상기록 기준점으로 삼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앞서 1위였던 2016년 연평균기온(13.4도)과 비교해도 0.3도나 더 높았다.

지난해 일최고기온과 일 최저기온 연평균 값도 각각 19.2도와 8.9도로 역대 1위였다. 폭염일(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과 열대야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은 14.2일과 8.2일로, 평년보다 3.2일과 1.6일 많았다.

특히 평소보다 덥지 않은 달이 없었다. 연평균기온 상승을 이끈 달은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기온보다 3.3도와 2.1도 높았던 3월(전국 평균기온 9.4도)과 9월(22.6도)이었다. 6월(22.3도)과 8월(26.4도)도 기온이 평년보다 0.9도와 1.3도 높아 특히 더운 달에 해당했다. 여름 더위도 길게 이어졌는데, 장마가 끝나고 7월 하순부터 9월 상순까지 52일간 단 하루 빼고 모두 평년보다 기온이 높거나 비슷했다.

지난해 한반도 연근해 해수면 온도는 평균 17.5도였다. 최근 10년(2014~2023년) 평균치보다 0.4도 높고, 10년 사이 2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반도 주변에 고기압이 폭넓게 자리 잡았던 9월에는 최근 10년 평균 해수면 온도 평균보다 1.7도 높은 25.5도였는데, 열두 달 중 평균과 차이가 가장 컸다.

국내 연강수량은 1746.0㎜로, 1973년 이후 3위에 해당했다. 평년 연강수량(1193.2~1444.0㎜)과 비교하면 32%가량 많았다. 비가 온 날은 108.2일로, 평년(105.6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 번 비가 올 때 거세게 쏟아진 셈이다. 작년 일평균 강수 강도는 16.1㎜로 평년(12.6㎜)보다 3.5㎜ 많은 역대 1위였다. 호우(1시간 강수량이 30㎜ 이상)가 기록된 날과 일강수량이 80㎜ 이상인 날은 각각 2.9일과 3.8일로, 평년(1.9일과 2.4일)보다 잦았고 모두 역대 2위였다.

한편 17일 전국은 대체로 흐리고 비나 눈이 내리겠다. 수도권과 충청권에는 늦은 오후부터, 강원 내륙과 강원 남부 산지·전라권·경상 서부 내륙에는 밤부터 비 또는 눈이 올 전망이다. 아침 최저기온은 -7∼4도, 낮 최고기온은 2∼12도로 예보됐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