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지난 10일(현지시간)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이 말했다. LG전자 경영진 기자간담회 중 지난 4일 미국에 출시한 일체형 세탁건조기 ‘워시콤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인근 홈디포 매장을 가보자고 즉석에서 제안한 것이다. 홈디포는 미국 최대 인테리어 용품 판매점이다.
하루 뒤 방문한 홈디포 라스베이거스 지점에선 워시콤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3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매장이지만 워시콤보는 특별진열대에 놓여 있어서다. 특별진열대는 홈디포 매장 이용자들이 주로 다니는 복도와 주요 접점에 직접 선정한 주력 제품을 잘 보이게 전시·판매하는 곳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홈디포 측에서 이례적으로 먼저 특별 진열을 제안했다”고 귀띔했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처음 공개했다. 대용량 드럼 세탁기와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기를 합친 제품이다. 기존 세탁건조기는 고온 열풍 건조로 옷감이 쉽게 손상되고 전력 소모가 큰데, 인버터 히트펌프는 열을 드럼 안에서 순환시켜 추가적인 열 생산 없이 비교적 저온에서 건조시킨다. 세탁물을 건조기로 따로 옮겨 담지 않아도 되고 설치 공간을 반으로 줄이는 장점도 있다.
워시콤보는 ‘세탁부터 건조까지 2시간 내에 끝!’이라는 문구로 북미 소비자들에 어필 중이었다. LG전자에 따르면 워시타워는 에너지 절약 모드에서 10파운드(약 4.5㎏)의 빨래를 2시간 내로 한 번에 세탁·건조할 수 있다. 용량도 한국 기준 22㎏ 정도로 건조 겸용 세탁기 제품 중 가장 크다.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다. LG전자 미국 법인의 남궁훈 팀장은 “가격대가 높은데도 출시 초기 판매량이 이전 드럼 세탁기 대비 60∼70% 늘었다”며 “저희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워시콤보의 가격경쟁력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올해 2분기부터 히트펌프 제품을 설치할 경우 최대 840달러(약 112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해서다. 워시콤보는 히트펌프 기술이 들어있지만 세탁기와 건조기가 합쳐진 제품이라 별도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국내에선 프리미엄급인 시그니처 모델로 올해 3월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