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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500 붕괴…해외 증시로 향하는 개미들 [한강로 경제브리핑]

코스피가 16일 2500선을 내줬다. 지난해 12월7일(2492.07)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올해 들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증시와 달리 미국과 일본 등 해외증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해소 노력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투자자들은 해외 증시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코스피가 1%대 급락하며 2500선이 무너진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타나고 있다. 뉴스1

◆ 日·美 해외 투자 나선 개미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일본 주식을 5446만달러 순매수했다. 지난달 순매수액(628만달러)과 비교하면 9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일본 증시는 올해 들어 버블경제 시기 이후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15일 기준 3만5901.79를 기록했는데 이는 버블경제 시기인 1990년 2월 이후 33년11개월 만의 최고치다.

 

최근 일본 증시의 성장은 엔화가치 하락과 일본 정부의 ‘새로운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주식투자 비과세 한도가 3배 늘었고 기간도 5년에서 무기한으로 증가했다. 예금 위주였던 일본인들의 자산이 점차 주식으로 옮겨 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 위주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지난해 3월 이후 일본 증시에서 이탈한 빈자리를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메우고 있다”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가 연초 신고가를 보이자 일본 내에서도 반도체주가 시세를 분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투자자의 미국 주식투자도 이달 들어 늘었다. 지난달 국내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19억2219만달러 순매도했지만 이달에는 15일까지 5억1885만달러를 순매수했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이달 들어 테슬라(7464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4651만달러), 아이온큐(2597만달러) 순으로 순매수액이 높았다.

 

미국 월가에서는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역대 최고치인 4818.62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S&P500지수는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준 4783.83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도 같은 날 1만4972.76을 기록하며 지난달 28일 기록한 52주 최고가(1만5150.07)에 다시 근접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11일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인 548.22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주식은 새해 첫 거래일(2일) 이후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1.12% 하락한 2497.59로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6.5% 하락했다. 중국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시장 특성상 중국 지표가 악화하면서 하락세가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의 증시에 대한 관심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일 59조4948억원에서 15일 51조9272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정부가 지난해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상향하고 연초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히는 등 주가 부양에 힘쓰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업실적 상향 기대가 더 강화되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이 최악은 벗어났으나 재고가 많아 실적이 가파르게 회복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대비 국내증시의 부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설 연휴 앞두고 물가관리 나선 정부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16대 성수품에 대해서는 최대 60%(정부 30%, 업계 최대 3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아울러 성수품 26만여t을 시중에 공급한다. 설 물품 평균 가격을 1년 전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설 연휴 기간 3만원 상당의 비수도권 숙박쿠폰 20만장을 배포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한다. KTX와 수서고속철도(SRT) 등 고속철도 역귀성 승차권은 30% 할인한다.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설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성수품 물가 관리를 위해 설 전 3주간 설 성수품 16대 품목을 평시의 1.5배 수준인 25만7000t 공급한다. 이는 설 성수기 공급량 중 최대 규모다. 16대 품목은 배추, 무,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밤, 대추, 명태, 오징어, 갈치, 참조기, 고등어, 마른멸치다.

1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시민들이 설 제수용품 중 하나인 사과와 배를 구입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설 선물 수요가 집중되는 설 전 2주차에 전체 공급량의 44.6%를 내놓는다. 품목별로 보면 기상재해 여파로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오른 사과와 배는 계약재배 물량 등을 활용해 7만4000t을 출하한다.

 

아울러 역대 최대 수준인 8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을 최대 60%까지 지원한다. 최근 값이 상당 폭 뛴 사과·배의 대형마트 정부 할인 지원율을 20%에서 30%로 상향하고 민간 납품단가도 지원한다. 농협 과일 선물 세트 10만개는 최대 20% 싸게 판매할 계획이다.

 

명태·고등어 등 대중성 어종과 천일염 비축 물량을 최대 30%까지 할인 방출하고 정부 수산물 할인지원율도 20%에서 30%로 높인다.

 

오는 20일부터는 온누리 상품권의 월 구매 한도를 모바일은 200만원, 지류형은 150만원으로 각각 50만원 상향하고 올해 총발행 규모도 5조원으로 1조원 확대한다.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의 월 현금 환전 한도를 6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하고 성수품 구매자금도 총 50억원 지원한다. 설 연휴 기간 무이자 할부 기간도 최대 12개월까지 확대하고 제휴 할인·캐시백 등 혜택도 제공한다.

 

귀성길 및 연휴 지원 대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대체공휴일을 포함한 설 연휴 기간(2월9∼12일) 내내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주차장은 무료로 개방한다. 설 연휴 기간 KTX나 SRT를 타고 역귀성하는 경우 최대 30%를 할인한다. KTX에서는 4인 가족 동반석에 15% 할인도 제공한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에 한정해 5만원 이상 사용할 때 3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숙박쿠폰 20만장을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배포한다. 중국·홍콩·말레이시아 등 방한관광객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알리페이 등을 사용하면 20% 할인해주는 연휴 기간 방한관광객을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

연휴 배송물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택배 분류 등 임시인력 6000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에 설 성수품 사전주문을 독려하는 등 이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택배 특별관리기간도 운영할 계획이다.

 

설 연휴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우선 취약 가구 365만호를 대상으로 전기요금 인상분 납부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1년 더 미뤄주기로 했다. 설 전후로 직접일자리 70만개를 조기 공급해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소득 안정도 지원한다. 직접일자리는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만든 일자리다. 정부는 올해 직접일자리로 118만명가량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105만5000명을 1분기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 중에서도 70만명 이상은 다음 달 설 연휴를 전후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스쿨존 교통안전 지도 및 환경 정비 등 노인 일자리 63만명, 자활 사업 4만명,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3만5000명 등이다. 

 

정부 관계자는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경기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 사업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집중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일자리 사업 예산을 신속하게 배정해 조기 집행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 부총리는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부담 탓에 올해 상반기에 민생 회복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민생회복이라면 뭐든 다해보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갖고 올해 경제정책방향과 연두 업무보고 등의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회복의 온기가 민생현장에 보다 빠르게 확산되도록 전 공공부문이 반기 신속 집행을 추진하겠다”며 “재정은 약자 복지, 일자리,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을 중심으로 상반기 중에 역대 최대인 65% 이상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 나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91개 부담금 손본다

 

24조원을 훌쩍 넘어선 91개 부담금이 정부의 수술대에 올랐다. ‘자유로운 경제의지’를 위축시킨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부담금 폐지에 앞서 ‘대체 재원 확보’ 등 대안 마련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4일 경제정책방향에서 91개 부담금의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힌 데 이어 16일에는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자유로운 경제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나가야 한다”며 부담금 구조조정에 힘을 실었다.

 

부담금이란 특정 공익사업의 이해관계자에게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거두는 것으로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국민들은 이를 자신도 모르게 부담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부담 경감을 추진하는 부담금으로 목장용지에 부담하는 대체초지조성비와 폐기물부담금, 재활용부담금, 폐기물처분부담금, 개발부담금, 광역교통시설부담금,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부담금 등을 꼽은 바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영화 입장권에 부과하는 영화발전기금을 비롯해 국제교류기여금, 출국납부금(외교부, 문체부), 광물 수입부과금 및 판매부과금, 재건축부담금 등을 목적 타당성이 부족한 부담금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용보증기금 출연금, 환경부 수계별 물이용부담금, 혼잡통행료, 지하수이용부담금 등은 부과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교통유발부담금, 재건축부담금 등은 지나치게 높은 요율이 설정됐다고 꼬집은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위헌 결정으로 효력이 상실된 회원제 골프장 시설 입장료에 대한 부가금을 삭제하고, 부과 대상과 목적이 동일한 전기·전자제품 재활용부과금과 회수부과금 등을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 부담금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수수료 성격의 전기사용자 일시부담금과 협회비 성격의 한국화재보험협회 출연금은 부담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부담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사실상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는 부담 등으로 번번이 현실화하지 못했다. 오히려 불어나는 추세였다. 기재부의 ‘2024년도 부담금 운용 종합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부담금 징수계획은 24조6157억원으로 전년보다 12.7% 증가했다. 부담금관리기본법이 시행된 2002년 징수 실적 7조4482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부담금을 운용하는 18개 부처별로 살펴보면 올해 산업통상자원부가 6조2662억원으로 전체 징수계획의 25.5%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금융위원회(5조3772억원)와 보건복지부(2조9264억원)가 뒤를 이었다.

 

부담금 구조조정의 관건은 재원 조정이다. 특정 부담금을 대안 없이 폐지할 경우 특정 기금 또는 사업, 수혜기관의 직접적인 재정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영화 티켓값의 3%에 해당하는 입장권 부담금은 영화발전기금 재원이 된다. 티켓값이 1만5000원이라면 관객들이 450원의 부담금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부담금을 폐지하더라도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도 변수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이 없어져도 티켓값이 1만5000원에서 1만4550원으로 인하되지 않는다면 기존 관객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 수익으로 넘어가는 결과만 낳게 된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