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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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빵’ 학폭 여중생…엄마는 되레 피해자 ‘역고소’

폭행 혐의로 이례적 징역형 집유
法 “소년보호처분으로 교정 불가“
게티이미지뱅크

 

동급생을 상습적으로 때리는 등 학교폭력을 일삼은 여중생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통상 학폭은 소년 보호 사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죄질이 심각하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형사 사건으로 다뤄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함현지 판사는 폭행·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15)양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년 보호 처분으로 그 성행(性行)을 교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양은 2022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같은 반 학생 A양에게 고의로 어깨를 부딪치는 이른바 ‘어깨빵’ 폭행을 5~6차례 저지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양은 같은 해 9월 “다가오지 말라”며 A양의 얼굴을 손으로 밀거나, 엎드려 자던 A양의 뒤통수를 아무런 이유 없이 내리치기도 했다.

 

또 실습수업 중 “줄을 서달라”는 A양에게 “네가 못생겨서 짜증나.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라고 말하는 등 다른 친구들 앞에서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도 있다.

 

이번 학폭 사건은 이례적으로 관할 검찰청으로 송치돼 지방 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졌다. 학폭 사건은 가정법원소년부 보호 사건으로 심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소년부 조사·심리에서 범행 동기와 죄질에 대해 금고 이상 형사처분 필요성이 인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은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A양이 이미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김양의 어머니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아닌, 되레 “A양이 우리 딸을 협박했다”며 학교폭력위원회 담당교사를 고발했다. 또 수사기관 및 동급생 학부모와의 대화에서 A양의 가정사와 정신 건강 등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의 어머니는 이후 A양을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고소까지 했다.

 

법원은 목격자들의 공통된 진술과 피해자 A양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근거로 김양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는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자신에게 주어질 불이익만을 두려워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비난하기 급급했다”며 “소년보호 처분으로 교정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이어 김양 어머니의 행위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모친 행위를 피고인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겠으나 전혀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피고인 태도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주된 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피해자 A양은 2차 가해에 시달린 끝에 학교를 휴학한 상태이다. A양은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고 수차례 자해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